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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빼뚤 글쓰기

시집 보낸 장롱

요술공주 셀리 2023. 8. 26. 14:06

아버님은 어렵고 무서웠고, 어머님은 어렵고 힘들었다. 그땐 그랬다.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해서 30~40대를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종갓집 맏 며느리로 제사와 집 안 대소사를 챙겨야 했는데, 꼼꼼하고 정확한 걸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기가 그땐 참 힘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부모님이 더 힘 들으셨을 거란 생각이 든다. 부모님이 직장 다니는 아들 며느리 대신 두 손자를 키워주셨다. 갓난아기 때부터 청년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바르게 잘 키워주셨다. 철이 들면서 그걸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 잊어버렸다. 아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만 남겨 간직하고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그 많은 유품을 정리할 때, 아버님이 쓰시던 캔버스와 물감, 화구들은 모두 내가 챙겨왔다. 그 화구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머님이 쓰시던 장롱과 재봉틀도 챙겨와 별채에 두고 잘 사용하고 있는데, 막내 시누이가 다녀가면서 장롱은 시누이가 가져가기로 했다. 시누이도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의 유품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용달이 와서 장농 윗 칸을 가져가는데, 왜일까? 마음 한 구석 허전한 것은.  

아래 칸을 내갈 때, 어머님이 쓰시던 재봉틀을 만지작거렸다.

"난, 이거면 돼. 어머님 생각나면 재봉틀이 있으니, 그러면 되었지."

장롱 나간 자리에 아버님 쓰시던 이젤과 어머님 쓰시던 재봉틀을 나란히 배치했다.

 

장롱 때문일까? 이젤 때문일까? 오늘따라 두 분이 많이 보고 싶다.

가족 사진 속에서 웃고 계시는 어머님.

시집보낸 장롱 자리에 다른 가구를 배치하면서 자꾸만 어머님을 생각하고 있다. 짐 정리를 핑계로 한 동안 별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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