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손뜨개

성당 가방

요술공주 셀리 2024. 2. 27. 13:54

견진 성사를 받고도 한동안 냉담한 사람이 다시 성당에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신당동 성당에 새 신부님이 오시면서, 그 신부님이 시아버님 장례미사를 집전해 주시면서 다시 성당엘 다녔으니, 불과 5~6년 전의 일이다.

2년 전, 아들은 결혼을 하면서 며느리 덕분에 성당엘 다니게 되었다.
"엄마, 주일엔 꼭 성당엘 가셔요."
아들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모두 며느리 때문이다. 아들 말 잘 듣는 나는, 주일을 거르지 않고 미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반모임을 시작했고, 교우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을 소중하게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의 인생 2막에 종교도 포함되었다는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

성가책 한 권만 챙겨서 성당엘 다니다가 매일미사책과 지갑, 펜과 소소한 물품이 들어가는 가방이 필요해졌다. 여름용으로 손수 짠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이게 참 많이 불편하다.
크기도 큰 데다, 손잡이가 가죽이어서 의자의 수납공간에 넣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자리도 차지해서 옆사람에게 불편을 주기 일쑤. 미사 때마다 가방을 바꿔야지 하면서 또 2년이 흘렀다.

농번기 겨울철. 심심해하는 엄마의 털실을 주문하며 가방용 면실을 같이 주문을 했다. 면실이라서 무게감은 있지만 감촉도 괜찮고, 세탁도 편리하니 도착한 실로 '성당 가방'을 뜨기로 했다. 긴 뜨기와 짧은 뜨기만을 사용했지만, 늘어남을 방지하기 위해 세로로 마무리를 해줬다. 책과 지갑, 손수건과 필기도구가 넉넉히 수납이 되는 새 가방이 탄생했다. 생각보다 잘 떠진 가방. 어깨에 둘러보니 무겁지도 않고 크지도 않아 쏙 마음에 든다.
 



내친김에 이웃언니 가방까지 뚝딱 만들어서 선물을 했다. 예쁘다고 좋아하는 이웃을 바라보는데, 이웃보다 내가 더 기쁘다. 한 덩어리의 실로 가방 두 개를 뜨고도 실이 남았다.
"엄마, 이 실로 발판을 떠 주세요." 부탁을 드리니 뜨개 선수인 엄마는 4일 만에 큼직한 발판 하나를 또 뚝딱 만들어 주신다. 가방 두 개와 발매트까지 얻었으니, 봄맞이 준비도 끄~읕. 하늘 높이 기지개를 켜본다.
이제 나는, 이 가방에 봄을 가득 넣어가지고, 신나게 봄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