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생일
날씨가 끄물끄물하면 나도 꾸물꾸물하다. 추운 날씨는 아닌데, 햇볕이 없으니 을씨년스럽다. 춥지는 않아도 난로에 장작을 얹어놓고 오전 내내 불멍을 한다.
오늘 성당 반모임은 우리 집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대청소를 하고 손님용 컵과 접시를 깨끗이 닦아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 몇 분이나 오실까? 전원 참석하면 나를 포함해 9명. 미리 준비한 과자와 녹차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데, 이 또한 설레고 즐겁다.
오후 2시. 6분이 우리 집을 방문해서, 따뜻하고 정겨운 반모임을 가졌다. 함께 나누는 삶은 언제나 기쁘고, 보람이 있다. 기도와 말씀을 나누고 헤어질 때, 헤레나 언니가 귀띔을 한다.
"5시 반이야!"
오늘은 윗집 언니와 윗집 동생이 생일잔치를 해 준다고 초대를 받은 날이다. 일행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려 격리하는 바람에 생일이 지나서 잔치를 하게 된 것이다.
5시 30분. 윗집 언니네에 삼총사가 다시 뭉쳤다. 현관부터 퍼져오는 구수한 향기. 내가 좋아하는 묵밥 냄새다. 산에서 도토리를 주워와서 직접 묵을 쑤어 만들었으니 말해 뭐 하나? 송송 썰은 묵은지와 김가루를 솔솔 뿌려 먹는 묵밥. "이 맛이지!" 부드러운 묵과 아삭아삭 씹히는 배추김치의 절묘한 조화, 큰 대접에 한가득 퍼준 사랑까지 실컷 배불리 먹었다. 일행은 옥이가 만들어 온 유기농 찹쌀로 만든 약식에 초를 꽂아 "happy birthday to you"를 불러주었다. 어린애처럼 박수를 치며 좋아라 하는 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불러주는 노래. 유치원생 아이처럼 신나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이 차려준 생일잔치와 또 다른 감동이 일렁인다. 고소한 냄새, 은은한 이웃의 향기와 함께 행복이 넘쳐난다.
부드럽고 고소한 묵밥과 쫄깃쫄깃 우리 사이처럼 쫀득한 약식. 입에서 살살 녹는 한치 숙회가 너무너무 맛있다. 배가 부른데도 자꾸만 먹히는 것은 좋은 사람과 함께여서 그렇겠지?
코로나 때문에 혼자 보낸 이야기, 여행 이야기, 이웃 이야기로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낮부터 밤까지 함께한 우린, 옥이 생일까지 손꼽아 기다리기로 했다.
"우린 집 나가야 할까 보다." 여자 생일만 챙긴다고 불평?하시는 진사장님의 유머에 우린 또 박장대소. 조용한 마을에 한바탕 웃음꽃이 한 가득 피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