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의 유혹
3월 하고도 하순. 내일모레면 4월인데 눈이라니......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쌓였다. 써레를 들고 습기 가득한 눈을 퍼냈는데 허 참, 오후가 되니 눈 치운 곳도 치우지 않은 곳도 싸~악 녹아버렸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눈을 치우지 말걸.
햇볕 때문이다. 아침 10시에 등산을 한 것은. 밤새 꽁꽁 언 땅이 녹기 시작한다. "오후에 왔으면 땅이 질퍽했을 거예요." 우리 일행은 다행이라며 골짜기의 돌길을 오른다. 헉 헉 숨이 차지만 땅에 지천인 산달래 밭을 지나치기 힘들다. 향긋한 달래 간장맛을 알았으니, 숨을 몰아쉬며 한 끼 먹을 양, 한 주먹만 캔다. 등산도 달래도 일주일 만이다.

통통하게 살찐 버들강아지가 눈에 뜨인 지 일주일이 지났으니, 그새 아주 작은 노란 꽃이 피었다. 은색 솜털은 연두색으로 변하고 있으나, 툭툭 꺾어가지고 왔다. 중국에서 어렵게 들고 온 커다란 꽃병에 꽂으니, 겨우내 내방 쳐 둔 데크가 화사해졌다. 주말엔 의자에 켜켜이 쌓인 먼지도 닦아내고 방석을 깔아야겠다. 거실에서 마시던 커피를 이제 데크에서 마실 때가 된 것이다. 동쪽 햇살이 그래야한다고 말을 걸어온다.
산달래를 깨끗이 씻고, 버들강아지를 집에 들이니 이제 정오의 봄볕이 손짓을 한다. 홀린 듯 밖에 나가 예정에 없던 고광나무를 삽으로 가뿐히 떠서 친구인 무궁화 고광 옆에 나란히 자리를 만들어 줬다. 아기돼지 삼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는 세그루의 고광 때문에 화단에 새 표정이 또 생겨났다. 고광나무 있던 남쪽 화단엔 목백일홍을 이식했다. 동사할 뻔한 어린 목백일홍이 측백나무 뒤, 그늘에서도 제법 잘 커주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볕이 잘 드는 양지로 옮겼으니 목백일홍도 올여름엔 새빨간 꽃을 함박 피워줄 게다. 삽을 들었으니 내친김에 화단 맨 뒷줄에서 답답해하던 매발톱도 모두 맨 앞쪽으로 옮겨주었다. 그러니, 키도 못 크고 꽃도 작았던 비실비실 매발톱도 이젠 슬슬 발동을 걸어 줬으면 좋겠다. 새싹은 장미꽃 같은데 꽃은 매의 발톱이라......, 강인한 꽃이니 잘 살아줄 게다.



어젠 내 로망 한 가지가 이루어진 날이다. 표고와 느타리버섯을 기를 수 있는 참나무와 은사시나무가 생긴 날. 시골에 오면 꼭 키워보고 싶었던 버섯. 아니, 직접 키운 버섯을 따 먹는 게 나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표고용 참나무를 사려고 장작집에 오래 전에 주문을 했지만, 소량의 참나무는 팔 수가 없단다. 그래서 버섯 키우기를 포기하고 있을 때, 문 0 씨가 이를 어찌 알고 참나무와 은사시나무를 배달까지 해주었다. 그러니, 주말엔 남편 할 일이 많아졌다. 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종자를 사다 심으려면 꽤 힘이 들 텐데, 버섯 말고도 할 일은 많으니 즐거운? 비명인 건지, 걱정인 건지...... 갑자기 할 일이 너무 많아졌다. 계단도 만들어야 하고, 돌도 더 쌓아야 하고, 그뿐이랴. 여기저기 이식해야 할 나무들이 산재해 있다. 생각만으로도 숨이 차는데, 등짝에 고스란히 햇볕을 받으며, 나는 오르락내리락 하릴없이 화단 앞을 서성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