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본격적으로

요술공주 셀리 2024. 3. 23. 08:56

밤에 내린 비가 대지를 깨웠다.
충분히 채운 빗물이 겨울 가뭄을 해소해서일까? 코끝의 바람이 싱그럽고 상큼하다. 연둣빛 바람이다.

남편이 주문한 야자매트가 택배로 도착했으니 아침부터 작업이다. 땅을 고르고 검정 비닐을 깐 위에 야자매트를 깔아주었다. 공주마마 다닐 silk road가 또 만들어졌다. 봄이면 언 땅이 녹아 질퍽이던 땅. 여름엔 풀밭이 정글처럼 수북해서 감히 다니기 힘든 땅이었다. 베트남 판석을 깔아볼까 고민을 했지만 가격과 용도를 생각해서 야자매트를 깔게 되었다. 풀도 잡고, 편하게 다닐 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할 텐데......
 



남편은 매트를 깔고, 난 전지가위를 들었다. 자동차 다니는 도로 옆, 도로 쪽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잘라주었는데, 굵은 가지는 도저히 전지가위로 자를 수가 없다. 급기야 톱으로 무기를 바꾸어 쓱쓱 싹싹, 손가락 굵기의 나무를 자르다가 손목 굵기의 나무까지 잘라주니 여기도 깨끗이 정리가 된다. 대청소를 한 교실처럼 깔끔해졌다.

"자기야, 같이 가자." 남편이 불러 가 보니, 베트남 현무암을 사러 가자고 한다. 아, 그렇지. 잔디에 계단을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이지? 계단으로 사용할 돌을 사러 가자고 한다.

우리 집은 단차가 꽤 높다. 높은 곳에 지은 집터와 아랫밭을 연결하는 구릉에 잔디를 깔았는데, 경사 때문일까? 여기서 미끄러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작년엔 나와 동생이, 얼마 전엔 나무를 실어다 준 유영 씨가 넘어졌으니 가장 시급한 일이 미끄럼 방지용 계단을 만드는 일이다. 애초엔 시골에 어울 릴 자연석을 사용하려 했으나 사람이 먼저, 안전이 먼저다.

현무암 판석 30장을 사 왔다. 쉬러 온 아들까지 불러와 작업을 했다. 아들이 삽으로 판석만 한 넓이로 잔디를 떠내면, 남편이 호미로 돌 넣을 자리를 편편하게 정리를 한다. 판석 한 개를 올려놓고 발로 쿡쿡 밟아주면 계단 하나가 턱 만들어진다. 그러기를 두어 시간. 13장을 만들었으니, 오늘의 목표는 달성한 셈. 여기서 무조건 그만! 절대 무리는 하지 말자가 요즈음 나의 철칙이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한도 초과. 시동이 단단히 걸린 남편이 무리를 하고 있다. 

서쪽으로 치우친 햇살만으로도 땀이 뚝 뚝 떨어진다. 완연한 봄날이다. 그만하라고 해도 구부리고 일하는 남편의 등을 떠밀어 의자에 앉혀놓으니 어느새 네시가 넘었다. 직진 남편, 직진 아내의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고달픈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