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사무침'이 있어야 (이응우)
마야 피라미드의 명상 : 멕시코 유카탄반도 코바(Coba)에 가면 마야의 유적들이 즐비하다. 마야의 피라미드에 오르면 중앙에 제단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태양이 사라질까 봐 두려움에 펄펄 뛰는 심장을 제단에 올려 제를 지냈다. 제단의 상단에 심장을 받드는 사람의 형상은 없고 기단부만 남아 있어 그 위에 앉아 잠시 명상에 잠기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요즘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며칠 후 새해 새날이 밝을 테니 태양의 기운도 서서히 돌아올 것이다. 옛날 아스텍사람들은 태양이 죽지 않게 하려고 인신제물의식을 치렀다고 한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펄펄 뛰는 심장을 제단에 올렸을까?
사회 통념상 예술가의 삶은 남다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가 자신도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것은 예술적 재능과는 다른 이야기다. 예술적 재능은 기질로 타고난 것이지만 예술가적 특성은 오랜 삶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세월의 무게가 실려있다. 따라서 훌륭한 예술가는 인격적으로도 훌륭해야 마땅하다.
오래전 한 작가에게서 울림이 큰 말을 들었다. 중년을 훌쩍 넘긴 그녀는 이탈리아 어느 산골의 작업실에서 홀로 살며 창작하는 처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창작 생활에 대해 “외로움이 뼛속까지 사무칠 때 영감을 얻는다.”라고 했다.
그렇다! 예술은 저 바다 밑 해구에 가라앉은 먼지의 입자들처럼 아무도 모르게 작가의 심층을 관통한다. 시끌벅적한 군중 속에서는 우주와 사물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마음속 깊은 우물까지 가 닿으려면 사무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예술은 뼈에 사무치도록 간절함이 있을 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리의 예술에서 사무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아름다운 것에 대한 목마름 또는 비범함에 대한 열망 그리고 고통과 역경을 딛는 인생 이야기 혹은 우리를 감동케 하는 그 무엇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친구 : 40년 넘게 같은 길을 걷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인생과 예술의 동지를 잃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어느 날 강변에서 작업 중 그 친구가 생각이 나서 이 작업을 했다.

나는 인생과 예술행로를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돌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의 순간이나 부정적 상황에서 더 많은 성찰을 이룬 것 같다. 우리는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절실한 몸부림을 통해 평범 이상의 정한을 얻으며 이것이 예술의 깊이를 더하고 차원을 높이는 동력인 것이다.
자연을 벗으로 삼아 살아온 나의 삶은 대체로 순탄했다. 물론 인생 행로에서 만난 생각이 다른 동료나 지인 혹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옹이 같은 것도 있다. 그 피치 못할 관계의 심리적 문제들을 딛는 과정에서 사무침은 결국 오늘의 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 힘이 된 셈이다.
What a feelings! : 혼자 숲속을 거닐다 보면 다양한 소재들을 만나게 된다. 초겨울 근처 솔밭에서 산책하다 솔가루 위에 떨어져 뒹구는 솔방울들을 보며 문득 자연의 순환을 생각하게 되었다. 말없이 지천으로 스러져 가는 저들이 있으므로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는 저 숭고한 질서를 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