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작당모의

요술공주 셀리 2024. 4. 2. 11:48

동쪽창을 베개로 삼았더니 늦잠을 잘 수가 없다. 봄 햇살이 커튼 밖에서 살랑살랑 바람을 일으키니 할 수 없이 나도 부지런을 떤다.
밝은 햇살을 친구 삼아 '에헤라 뒤야~' 어깨춤을 춘다. 괜스레 신이 나는 아침, 장화 신고 호미를 들었을 뿐인데 어깨춤이 나오다니 참, 이런 일도 있구나 한다. 봄 때문인 걸 나도 알고, 새들도 알고, 나무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어제도 꽃밭. 오늘도 꽃밭이다. 그냥 흙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꽃멍을 한다. 어젠 하나였던 수선화 꽃봉오리가 오늘은 여섯 개나 나왔다. 하루 만의 일이다. 새싹들이 파릇파릇 멀리서도 보이니, 아지트가 바뀌었다. 엊그제까지 거실에서 불멍을 했었는데 이제 데크에서 봄멍을 하고 있다.

 



아, 꽃고비다!
"붓꽃이랑 작약, 큰꿩의 다리까지 다른 싹들은 다 나왔는데, 꽃고비가 안 나와. 어떡하니 죽었나 봐." 속 상하다고 어제 동생이랑 통화했는데 "뭔 말씀을요, 저 여기 있어요." 어젠 분명 없었던 꽃고비가 오늘, 볼그레 한 얼굴을 쏙 내밀고 나왔다. 아이고 반가워라. 그런데 이때, "언니야, 나도 좀 봐줘." 세상에나, 작년에 씨를 뿌린 매발톱이 1년 만에 찾아왔다. 풀인 줄 알고 뽑으려다 발견한 매발톱. 2cm 남짓한 매발톱이 눈에 뜨인 것은 기적일까? 우왕 기분이다, 신생아 매발톱과 꽃고비까지 그 비싼 아파트 한 채씩을 분양해 줬다.

 



그럴 리가 없다. 눈을 감고도 누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다 아는데, 어제 없던 꽃잔디도 나왔다. 설마, 너희들이 날 놀라게 하자고 밤새 작당이라도 했단 말이야? 뭐, 너희들끼리 경쟁이라도 하겠다는 거니? 오호라, 생강나무가 일찌감치 나와 망을 보더니, 개나리가 부추긴 게 분명하구나. 혼자 나오기 쑥스럽다고 진달래와 돌단풍, 수선화와 제비꽃, 그리고 꽃잔디까지 다 데려와서 공범을 만들었구나. 늦게 나왔다고 내가 뭐라 할 거라 생각하고 젊잖은 할미꽃을 방패막이로 데리고 나왔단 말이지?







"그래 알았다. 등 굽은 할미꽃까지 데리고 나왔으니, 내가 뭘 탓하겠니? 그래 잘했다, 잘했어." 라고 말하니 돌단풍이 씨~익 웃으면서 승리의 V자를 그려주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