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4월의 밥상

요술공주 셀리 2024. 4. 3. 11:32

봄비다. 아니, 약비가 온다.
4월에는 비조차 예쁘다. 땅도 이제 4월. 황토색이 초록초록해졌다. 금잔디도 어느새 파릇파릇, 이 비 그치면 세상은 이제 연둣빛으로 갈아입겠지.

"언니, 내일은 달래 캐러 가요." 오랜만에 우린 산에 가자고 했는데, 비 때문에 약속은 자동 지연.
3주가 지난 산에는 진달래가 피었을까? 노루귀가 피었을까? 한껏 봄을 입은 산이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어쩌랴, 산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먹방으로 달래 볼 밖에......

비 예보를 미리 알았기에 어제 캐길 참 잘했다. 어젠 메리골드와 매발톱 꽃씨를 뿌리고 화단을 정리했을 뿐. 내리쬐는 햇살이 뜨거워 나무 이식은 뒤로 미루었다. 그래서 적당히 자란 텃밭의 냉이와 쑥, 달래를 캤다. 아, 그리고 눈개승마도 뜯었구나. 비 오기 전에 그러기를 참 잘했다 싶다. 비 오는 날은 나물무침과 부침개가 딱이지 않나?

오늘 점심은 나물 잔치. 냉이는 잘 다듬어 끓는 물에 한소큼 데쳐놓고, 매콤 달달한 고추장 양념을 만들어 조물조물, "나물은 손 맛이지." 혼잣말로 흥을 돋우며 맨 손으로 무쳐준다. 쑥은 욕심 내지 않고 한주먹만 뜯었는데도 부침가루에 버무리니 제법 양이 많다. 프라이팬에 지글지글, 노릇노릇 구워내니, 고소한 기름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달래도 송송 썰어 간장에 버무리니 초록 밥상 한 상이다. 싱그런 향기가 집안 가득 퍼진다.
앗. 눈개승마가 있었지? 아이고, 이런 눈개승마를 잊고 있었네. 머리가 나쁘면 손이 고생한다더니, 다시 양념장을 만든다. 고추장, 된장, 마늘, 매실청, 참기름을 넣고 다시 또 조물조물. 인삼맛과 두릅맛, 고기맛이 난다는 눈개승마 나물 무침도 완성!
 

 

 

 

다 내 밭에서, 내 집에서 직접 캐고 직접 만든 자연 밥상이다.
매콤 달달한 냉이 나물 한 젓가락. 오, 상큼해!
쑥 부침개 한 젓가락 뜯어 달래 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아이쿠나 세상에 이런 맛이?
세 가지 맛이 나고 뇌 건강에 좋다는 눈개승마 나물도 한 젓가락. 오, 예. 매콤 쌉쌀하나 고급진 맛.
그리고 또 후식으로는 수산나가 만들어준 '쑥개떡' 한 개. 이 것이 시골 밥. 자연의 참 맛이지, 봄의 향연이로구나.
 

 

 


전원생활 이제 3년 차. 산으로, 들로, 밭으로 종횡무진 쏘다녀도 툭하면 실수요, 몸을 쓰는 일에 요령이 없으니 몸은 늘 천근만근이지만, 이만하면 나도 이제 '강원도의 맛'을 알아가는 것 아닐까?
꿈꿔왔던 로망 한 가지를 또 이 이루었으니, 기쁨이 넘쳐나는 날 '맛있는 날'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