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버섯을 심다

요술공주 셀리 2024. 4. 9. 17:44

난 표고버섯을 좋아한다.
식감도 좋고 특유의 향까지 머금은 데다 영양까지 갖추고 있으니, 자주 애용하고 있다. 느타리나 팽이에 비해 다소 가격이 있지만 잡채에도 넣어 먹고, 불고기에도 듬뿍 넣어 먹는다.

강원도에 이사 와서 이웃에 놀러 갔을 때, 집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걸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날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program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바로 이웃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기도 신기하기도 했었다. 게다가 직접 따보기까지 했을 뿐 아니라, 그걸로 요리까지 경험을 했으니 세상 처음 해 본 일로 아이처럼 좋아했었다. 

그래서 로망 하나가 더 생겨났었다. 버섯 재배는 언제, 어떻게 하는지, 무엇이 필요한 지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참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2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장작 파는 곳에서 구하면 된다기에 전화를 했지만 적은 양은 또 판매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이웃인 문구씨가 나무를 해결해 주었다. 흰 눈이 다 녹지 않은 3월 어느 날, 은사시나무 6토막, 참나무 8토막을 날라다 주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차에 실어다 주었다.
"드릴로 나무에 구멍을 뚫어, 버섯 종균을 사다 심으면 됩니다."
"은사시나무엔 느타리를, 참나무엔 표교버섯을 심어야 합니다."
우와, 나도 이제 버섯을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너무나 신이 나서 동생에게 자랑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자랑을 했었다. 

종묘상에서 버섯종균을 사왔다. 구멍 뚫는 작업은 남편의 몫. 남편은 이웃 언니의 설명대로 10cm 간격으로, 버섯 종균 크기만큼 구멍을 뚫어 주었다. 그 구멍에 종균 하나씩 쏙 눌러주면 되는데, 이게 또 꽤 재미가 있다. 아, 그래서 버섯을 심는다고 했구나.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버섯 종균을 심는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두어 토막을 작업하던 남편이 오른 팔이 얼얼하다며 쉬었다 하자고 한다. 마른 통나무가 밀도가 높아 구멍이 잘 뚫어지지 않아 작업 강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흘 전엔 1차로 은사시나무 3개, 느타리버섯 3통 밖에 작업을 하지 못했었다. 
 
갑자기 개수대가 막혀 난리법석을 떠는 바람에 하루가 휙 지나갔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며 계단작업과 급한 일부터 처리하느라 오늘 오후에서야 버섯 작업을 다시 재계. 오늘은 참나무에 표고를 심는 작업을 했다. 해 본 일이라서 남편과 손 발이 척척 맞는다. 드르륵 구멍을 뚫으면 그곳에 버섯 종균을 심어주면 되는데, 며칠 째 계속되는 작업에 두 사람 모두 지친 상태. 뒷곁에서 하는 작업이라서일까? 으슬으슬 춥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은사시나무는 3통이, 참나무는 4통이 더 남았는데, 내가 먼저 "그만하자"라고 했다. 
 
구매한 버섯 종균은 반 이상이 남았고, 어렵게 얻은 나무는 반이  남았지만, 두 사람 모두 지칠대로 지친 상태다. 5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를 하고, 남편은 통나무를 습한 뒷곁에 심어서 물까지 촉촉하게 뿌려주었다.
"힘들다던데?"    
느타리도, 표고도 습한 상태를 좋아해서 날마다 물관리를 해야 하고, 때때로 잠자는 애기들을 깨워주기 위해 충격도 줘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관리 왕'이라고 했다. 그런데다 실패 확률도 높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기대 만땅하련다. 얼마나 기다린 건데. 어떻게 작업한 건데, 열심히 관리 잘해서 기어이 표고 맛을 보리라 다짐을 해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