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들
강원도에 요정이 나타났다. 앞니 빠진 요정 하나. 토끼 귀를 가진 요정 한 명. 자매 요정이 나타난 순간, 적막하던 강원도엔 아가들 웃음소리로 생기발랄해졌다. 쨍그랑, 샐리공주의 지팡이가 휙 하고 지나갔을 뿐인데 차라락~ 순식간에 웃음 나라가 되었다.

난 아들만 둘이다. 그 아들이 또 아들을 낳았다. 딸이 귀한 집. 가족이 모이면 시커먼 남자들 틈에서 며느리와 나만 여자. 삭막한 집에 며느리는 긍정의 아이콘이다. 아들과 우리를 연결하는 '험한 세상의 다리'다. 삭막한 강원도의 요정은 단연코 아림, 아정 공주. 두 요정이 강원도에 나타난 것이다.
"엄마, 나 앞니 빠졌어. 강아지랑 빵하고 부딪혔는데 이가 빠졌어." 라며 놀란 토끼눈이 눈물로 그렁그렁하다. 어느새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림이 손엔 코딱지만 한 빠진 이가 들려있다. 아이는 놀란 토끼눈인데, 그 모습에 빵 터져버린 어른들. "우와! 아림인 운도 좋지. 남들은 치과병원에 가서 빼는 이를 강아지가 다 해 줬네. 얼마나 다행이야, 아프지도 않고......" 그제야 울음기 가신 얼굴을 들고 고개를 끄덕인다. 참, 단순하고 순수한 아가다. 내 품에서 잠들던 갓난 아기였었는데, 어린이가 되다니......

"할머니, 바나나랑 치즈랑 갔다 줘." 요정의 한마디에 나는 우리 집으로 달려와, 바나나와 치즈를 배달했다. 뭔들 못해주리. 두 손녀는 점심을 먹었음에도 후루룩 뚝딱 잘도 먹는다. 품에 안긴 아이에게 "강원도에서 제일 좋은 게 뭐야?" 물으니, "할머니"하며 나를 가리키는데, 순간 나는 감동으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초2가 이런 문제를 다 풀다니...... 유튜브에서 '수수께끼'란 키워드를 쳐서 꼬마요정과 게임을 했는데 수준이 장난이 아니다. '다른 그림 찾기'의 선수인, 8살 꼬마와 열렬히 게임을 했다. 점수를 매기며 1시간여 줄다리기를 한 결과는? 10:9. 손녀가 이겼다. 이젠 놀이 상대로도 충분히 자란 손녀.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카 가족은 집을 향해 출발했다. 자연만큼이나, 나를 좋아해 주는 동생의 손녀들. "할머니, 우리 다음 주에 또 올거야." 하면서 '바이바이'를 했다. 글쎄다, 정말로 다음 주에 또 올 수 있으려나? 정말일까? 설렘반, 기대반. 스스로에게 내기를 한 번 해보기로 한다. 빨리 가라, 일주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