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미사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하는 행사다. 오늘은 성당의 연례행사, 야외미사 날이다. 은퇴해서 생긴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여유다. 일요일이니 당연히 참석해야 할 미사라도 서울에선 왜 이런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는지, 시간의 여유는 마음의 여유까지 가져다준다. 오늘 야외미사는 치악산 구룡사 입구의 '큰 돌산장'에서 시작했다.
새벽까지 오던 비는 행사를 위해 조용히 물러갔다. 미사장소는 화창한 날씨가 흐드러진 아카시아꽃 아래 계곡이 흐르는 곳이다. 초록의 신록과 비 온 후의 쾌청한 날씨, 아카시아 향기와 함께 퍼지는 성가와 기도소리에 125명의 공동체가 화합을 하는 날. 10여 구역의 교우들이 함께 하는 날이다.
1부로 '주님 승천 대축일'미사를 드렸고, 미사 후엔 반 별로 모여 점심식사를 했다. '같이 밥을 먹으면 친해진다'는 국룰은 성당에서도 통했다.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옆 table에 앉으신 평소 어려워하던 신부님과도 한 층 가까워졌다. 풍성한 음식과 따뜻한 마음을 나눔한 덕분이다.
신부님이 직접 문제를 낸 '교리 OX퀴즈'는 개인 game. 100여명이 참여했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5~6명. 그리고 이어진 2부 행사는 체육대회다. 2team으로 나누어 '초록은 동색', '신발 던지기', '탱탱볼 나르기' game을 했으나 아쉽게도 상대 team이 이겼다. 70세를 넘긴 어르신부터 초등학생까지 교우들 대부분이 참석한 단체game이 오늘 체육대회의 백미. 교우들의 친교와 단합의 목표는 이미 초과달성을 했다.
성당행사는 늘 먼발치에서 관중으로 참여했던 나다. 오늘은 '성당 카페지기'로 소임을 맡아 참여해서일까? 미사 시작부터 체육행사, 시상식, 마무리까지 긴 시간을 야외에서 보냈음에도, 지루하지 않으니 참 이상도하다. 늘 엄숙하게 미사 드리는 모습만 보다가 흥이 나서 어깨를 흔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고 즐거워보였다. 덩달아 신이 났던 오후. 성당카페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내내 서 있었더니 다리도, 허리도 편치 않으나 마음은 뿌듯했다. 아, 봉사는 이런 마음, 뿌듯함과 보람이 있는 것. 나 또한 오늘, 또 하나의 bucket list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