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동생의 정원

요술공주 셀리 2024. 5. 18. 13:57

땅을 파내고, 쇠파이프를 뽑아내고, 라일락 한 뭉치를 파내서 뚝뚝 잘라버리더니 동생네에 새 풍경이 생겨났다. 겨우내 내방 쳐둔 잔디밭은 반은 풀이요 반은 민들레 밭이었다. 부모님이 사는 집의 정원도 부모님처럼 힘이 없었는데 동생네가 오면서 정원도 젊어졌다.
 

 



강풍경이 매력인 동생네 집은 거실에서도, 2층방에서도 바위와 산, 강을 즐길 수 있다. 남한강의 카페보다 더 수려하다. 세 개의 큰 바위가 병풍처럼 버티어 선 아래로 굽이굽이 강이 흘러간다. 삼형제 바위도, 강도 동생네 정원이다. 동생은 초록을 보러 우리 집에 놀러 오고, 난 강이 고프면 커피를 들고 동생집으로 간다.
 

 

엄마는 밭이 있는 가장자리에 닭장을 짓고, 서쪽엔 철망을 만들어 오미자를 키웠다. 그런데, 그 장소는 강을 볼 수 있는 기가 막힌 장소. 결국 엄마는 열심히 구조물을 만들고 생산적인 일을 하셨으나 동생의 로망인 '자연과의 소통'을 차단하신 장본인이 되셨다.
 



동생 부부는 집에 도착한 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뚝딱거렸다. 철망을 철거한 자리에 라일락을 이식하고, 키가 훌쩍 자라 강을 가리는 셀릭스를 아랫밭으로 옮겼다. 일주일 내내 땀을 뻘뻘 흘리고, 저녁이면 허리가 아프다던 제부의 정성과 노력 덕분이다. 20년 전 강원도 구석쟁이에 집을 지었다며 관심도 없던 제부가 확실히 달라졌다. 나무도 동생이 심고, 옮기는 것도, 힘쓰는 일도 동생이 했던 일인데 언제부턴가 제부가 나서서 정원 일을 하고 있다. 아치도 뚝딱. 전지도 뚝딱. 심지어 아기자기한 소품도 적절한 장소에 배치하는 수준급 조경사가 된 것이다.
 

 
 
정원도 주인을 닮는다고 했던가? 엄마가 젊으셨을 때의 정원은 크고 화려한 꽃이 많았었다. 동생의 정원은 자연스러움과 자유분방함이 있다. 툭 던져놓은 꽃이 빛을 발하는......
그래서 동생이 귀국해서 꾸밀 정원이 기대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