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밭
딸기가 익었다. 딸기는 생명력이 엄청 강한 녀석이다. 몇 년 전 동생이 대충 심어 놓고 물도 주지 않은 딸기가, 몇 년 만에 심은 개수보다 100배는 많아진 것 같다. 밭에 내려가는 길목까지 점령해서 올해는 앞집, 옆집, 윗집까지 여기저기 나눔을 했다.
그런데 익은 딸기가 땅에 닿으면 썩어버려서 한 눈을 팔면 아깝게도 따 먹을 수가 없다. 딸기 역시, 자주 들여다보아야 예뻐진다.

타들어가는 고구마를 살리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고구마 모종에 물을 주었다. 고구마만 줄 수 없어 옥수수와 상추, 고추 등 밭의 작물마다 물을 주었더니 해가 중천에 와있다. 충분히 물을 주었더니 아이들 모습이 달라진 것 같다. 물을 줘서 고맙다고 한다. 나도 고맙다. 잘 살아줄 테니......
돌아서려는데 빨간색 딸기가 눈에 들어온다. "어머, 저건 따야 해." 자동으로 걸어가 딸기를 따는데, 아침 요깃거리로도 충분한 양. 거름도 하지 않고, 순도 따주지 않아 찌그러지고, 구겨진 딸기가 더 많지만 더러는 제법 크고 잘 생긴 딸기도 있다. 작고 구겨진 딸기는 내가 먹고, 잘 생긴 딸기는 접시에 담아 아들 몫으로 챙겨 놓았다.

늦잠을 잔 아들의 아침은 토스트와 커피. 바나나 대신 딸기를 주면서 "집에서 딴 거야." 했더니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한 입 먹고는 "사는 것보다 시다."라고 한다. "그래도 싱싱한 맛이네." 하면서, 입맛 까다로운 아들이 제법 많이 먹어주니, 왜 내가 뿌듯한 건지.
동생네 집에 볼일이 있어 찾아가니 어머나, 이 집이 딸기 천국이다. 정원 정리하느라 미쳐 따지 않은 딸기가 주렁주렁, 새빨갛게 익었다. 오, 남의 집 빵이 더 커 보인다더니 잘 익어서일까? 제법 달달하고 맛이 있다. 난 덜 익은 딸기를 땄던 것이다. 더 익혀서 먹었어야 했다.

빨강 딸기가 눈에 익어서일까? 오늘은 빨간색 꽃이 또 눈에 들어온다. 동생의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병꽃과 인동, 해당화를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앗 왕딸기닷! 화초처럼 키우려고 화분에 심은 딸기에 슈퍼 딸기가 열렸다. 모양도 크기도 마트에서 사는 일급 수준의 딸기다. "따야지."하고 손이 가다가 순간, 멈췄다. 이건 남편 몫이다. 늘, 험한 바깥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 이거라도 먹여야 내 마음이 편하지...... 크기만큼 맛도 최고였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