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콩국수 만찬

요술공주 셀리 2024. 5. 22. 16:29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하는 사람과,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 만났다. 갑자기 만들어진 모임이다. 윗집은 주초에 내려왔고, 동생은 월초에 내려왔다. 동생이야 그렇다치고 우리 삼총사도 이게 얼마만인가? 봄이 되면서부터는 우리도 얼굴 보기가 힘이 들어졌다. 꽃 가꾸랴, 채소 가꾸랴 다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언니, 동생도 멀리서 오랜만에 왔는데 밥 한 번 먹어야죠." 하며 일을 꾸민 것은 역시 늘 생각이 깊은 행동파 옥이다. 우린 생각은 깊으나 행동이 굼뜬데, 옥이 덕분에 오늘 모임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콩국수 만들 테니, 우리 집으로 오세요." 칼도 제일 먼저 빼든 사람이 옥이다. 동생과 옥이 덕분에 삼총사가 오랜만에 다시 뭉치게 되었다. 

우린 1시에 옥이네로 갔다. 언니네 부부, 옥이네 부부, 우린 6명. 이게 또 얼마만인가? 동생이 왔다고 모인 것은 2년여만인 것 같다. 우리가 옥이를 만났을 땐 콩을 삶고, 갈고, 국수를 삶아 콩국수를 준비하느라 옥이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6인 분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난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커다란 그릇에 국수 가득, 콩국 가득 주인장 마음씨 만큼 채워준 콩국수는 담백하고 고소했다. 음식점에서 물에 탄 콩국과는 차원이 다른 맛. 게다가 김치 장인 종0 언니가 담았다는 열무김치와 같이 먹는 콩국수라니, 동생은 "어휴, 맛있다."를 연발하며 그 많은 콩국수를 다 비웠다.
 
우린 동생이 살고 있는 주해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행 이야기, 강원도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점심은 윗집에서 후식은 아랫 집으로 이동, 동생네 강가에서 수박을 먹었다. 달달한 수박향기에 묻어오는 아카시아 꽃 향기에 만취한 우리. 나무 이야기, 정원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구랄 것도 없이 저절로 묻어 나오는 향기가 있었으니,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있는 것. 다정지심이 또 다정다정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