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사랑
거꾸로 흐르는 물(전종호)
요술공주 셀리
2024. 5. 26. 17:17
물은 흘러야 한다
낮은 곳으로 스며 가난한 땅을 축이고
굽이굽이 구석구석 반도를 적시어
바닥에서 만나 한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
흐르고 싶어도
여기 흐를 수 없는 강이 있다
알을 밴 연어 떼처럼 온몸으로
거슬러 올라야 사는 강물이 있다
시간의 역류를 타고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만나야 하고
시간은 앞으로 나가야 하나
만날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이
분단과 경계와 금지에 맞서
홀로 물방울로 멈춘 사람들이
강가에서 살고 있다
주문의 시간에서 풀려날 수 없어
세월의 허리를 붙잡고
건널 수 없는 나루터에서
하릴없이 우는 사람들이 있다
우는 사람들 곁에서
우두커니 서서 함께 우는 강물이 있다
이념을 걷어내고 거슬러 올라
모두 제 갈 길로 가야하거늘
흐를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강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눈물을 따라
임진강은 오늘도 목놓아 울고 있다
- 전종호 신작 시집 '임진강' 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