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이
평균 나이 70세, 8명의 합창단.
우린 '7학년 1반 합창단'이다. 70대 여성, 1반 반모임으로 결성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다소 시골스러운 이름이지만 목적이 갸륵하다. '성모의 밤'에 성모님께 '어머니여 꿇어앉아'라는 성가를 봉헌하는 일. 5월 초에 만들어서 5월 31일 성모의 밤에 공연하는 이른바 번개 모임이다. 악보를 볼 줄 모르는 어르신이 반인 우리 합창단은 연습만이 살 길인데, 농사일과 개인 일로 모두 바빠서 일주일에 한 번 연습도 벅차기만 하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태산이다.
악보를 읽지 못하는 어르신, 소프라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분, 나이가 들어 호흡이 짧아진 사람들의 합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아 합창 봉헌을 제안한 수산나에게 "하지 말자"라고 졸랐었다. 노래할 사람이 태부족이다, 자신이 없다, 연습할 장소도 없고, 반주자도 없으니 포기하자고 강력하게 피력했으나 말 수 적은 수산나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포기는 내가 했고, 수산나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 기타 반주자 2명을 수산나가 모셔왔다. 두 번째 연습은 기타 반주로 시작했고, 장소 또한 반장님 섭외로 최신 시설의 주민자체센터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 째 연습은 반장님 댁에서, 두 번째 모임부턴 주민센터의 전용 연습실에서 노래했다. 수산나가 미리 녹음해서 보내준 동영상 덕분에 멜로디는 미리 마스터를 한 상태. 시작이 나쁘지 않다. 반주에 맞춰 열심히 따라 부르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힘입어 알토 파트까지 연습을 하고 우린 또 일주일 후에 모이기로 했다.
일요일 1시 30분. 성가대의 멤버인 반주자가 우리 합창단의 리더. 그리고 매니저는 수산나다. 악보는 물론 공연에 입을 보라색 티셔츠까지 준비해 온 수산나. 반장님은 사비로 간식을 준비하고, 그라시아의 소프라노가 살아나 노래가 좀 더 풍성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1% 부족한 소프라노.
목소리 좋고 힘 있는 헤레나가 있다면 참 좋으련만, 헤레나는 하필 지난 주에 수술을 했다. "덕분에 수술 잘하고 왔어요." 하는 헤레나 언니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옥이랑 문병을 갔는데, 헤레나는 생각보다 훨씬 건강한 모습이다. 참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더 좋은 일은 헤레나가 합창단에 합류한다는 것. 신이 나는 일이다.
오늘은 리허설. 우린 성당에서 모였다. "아, 아, 마이크 시험 중~" 마이크는 우렁차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긴장하면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합창이 끝났을 때, 비록 한 명이었지만, 박수를 받았다. 음향을 담당하는 자매님과 반주자, 성가대 지휘자의 조언을 종합해서 한 번씩 더 부를 때마다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무사히 리허설을 마쳤다. 성당에서 모이기를 참 잘한 것 같다.
평일에, 미사 없이 성전에 오기도 처음. 성모의 밤에 미사를 드리기도 처음이다. 더더욱 성당에서 교우들과 합창을 하다니...... 도대체 나의 이런 첫 경험들은 얼마나 더 있으려나?
조용히 두 손을 모은다. "긴장하지 말고, 고운 목소리로, 정성을 다해 노래 부르게 해 주소서. 저희가 바치는 이 성가를 성모님이 즐겨 들으시도록 주님, 함께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