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성모의 밤

요술공주 셀리 2024. 6. 1. 13:16

왜 자꾸 떨리는 거야? 지금 이러면 안 되는데, 하필 공연을 바로 앞두고 새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이다. 반주 없이 마지막 연습을 하는데 소프라노 음계가 자꾸 오르락내리락한다. 큰일이다. 공연이 코 앞인데 잘해오다가 왜, 마지막 연습이 뒤죽박죽인 걸까? 내가 꼭 실수할 것만 같아 달달 떨고 있으니, 이를 어찌해야 할고?

'성모의 밤'은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고, 그분의 모범을 따라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께 봉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신자들은 성모님께 꽃과 촛불을 봉헌하는데, 경건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여서 참 좋았다. 우리 반 합창은 1부 타임의 세 번째 순서다.  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다음 순서인데, 믿음으로 암을 극복한 힘든과정을 차분히 읽어간 자매님 때문에,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애잔한 편지의 여운으로 묵직하게 합창을 시작했으나 첫 관문인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 약간의 음 이탈과 박자가 빨라진 것 말고는 3절 모두 차분히 잘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우린 큰 박수를 받았다. "앙코르"란 소리도 들리고, "멋져요"라는 소리도 들리는 걸 보면 괜찮았나 보다. 참으로 다행이다. 내가 실수하지 않아서......

성모의 밤에 합창을 한다고 지인에게 말했더니, 성가를 봉헌하는 것은 아주 큰 은혜라고 했다. 암튼 무사히 마치고 나니, 7학년 1반이 단합하고 함께했다는 뿌듯함이 분명 느껴졌다. 얼마나, 다행인가? 고생을 한 보람이 있으니......

그러나 내년엔 순수하게 신자로만 봉헌하고 싶다. 성당카페에 올릴 사진 찍으랴, 합창하랴 마음이 분산되어 미사에 집중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오롯이 미사에 집중하고 싶으니 말이다.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귓가에서 합창소리가 들린다. "어머니여 꿇어앉아 기도하는 나의 하루~" 가사와 멜로디가 하루 종일 귓가에 붙어 다닌다. 수도 없이 따라 부르다 보니, 이제야 가사가 마음에 들어온다.

기도를 드리면, 모든 걸 감싸주고 품어주신다는데, 난 참 기도에 인색했었구나 생각해 본다.

이제야 깨달음이라니......
이제야 기도공동체성가 544장 '어머니여 꿇어앉아'의 가사가 마음에 콕 들어오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