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밥을 나눈다는 것

요술공주 셀리 2024. 6. 2. 17:27

수요일엔 합창 연습을 하러, 금요일은 '성모의 밤'이라서 성당에 갔다. 공연과 미사로 밤 10시가 다 되어 귀가했는데, '카톡~' 문자가 왔다. "내일은 우리 반이 성당 청소입니다. 오전 10시까지 성당으로 모이세요." 10시에 모인 우린 주방과 식당, 복도 청소에 이어 정원의 풀까지 뽑았는데 뙤약볕에서 풀 뽑는 일이 힘들었다. 힘든 작업을 어찌 알았는지 반장님은 어느새 감자떡을 챙겨 왔는데, 작업 후의 감자떡은 꿀맛이었다.

오늘은 교중미사를 드렸다. 신부님의 강론이 귀에 쏙 들어왔으니, 평소 궁금해하던 내용. '최후의 만찬'에 관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만찬에 예수님께서 나누어 주신 빵과 포도주는 생명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의미라고 한다. 하여, 예수님과 나눈 최후의 만찬 '성체성사'는 제자들도 예수님과 같은 몸과 같은 피가 되어 살라는 말씀이라고 한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 대목은 알듯 말듯 어려운 숙제다.

합창도 무사히 마쳤고, 미사도 잘 봉헌한 일요일 오후는 심심하리만큼 한가하다. 오랜만에 소파에 푹 퍼져 있다가, 저녁나절에서야 딸기를 땄다. 한 광주리 딸기를 따 막 씻으려는데, 헤레나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집 정자에서 삼겹살 구울테니 6시까지 와요." 한다. 소나기가 지나간 선선한 저녁이다. 이런 날, 따끈하고 든든한 고기가 당기는 줄 언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부모님 저녁을 차려드리고 한달음에 윗집으로 달려서 갔다.

 



언니네 정자는 연못가에 있다. 운치와 버무린 노릇노릇한 삼겹살은 상추쌈과 찰떡궁합. 김치고수 언니의 배추김치와 강된장의 조합으로, 배가 부른데도 자꾸만 먹고 있다. 사방을 초록으로 덮은 산중의 식탁. 소나기가 지나간 파란 하늘이 이 집의 식탁보다. 비 개인 하늘과 초록의 하모니. 빗물에 씻긴 말간 얼굴의 초록 풍경은 북유럽의 깊은 산속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으슬으슬 추워온다. 강원도 깊은 산골짝의 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고 했더니, 진사장님은 난로를 피워주신다. 6월에 불멍이라니.....

 

 


우린, 따뜻한 난로 앞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한 식탁에 앉아 저녁 시간을 함께 했을 뿐인데, 오늘은 왜 이럴까? '밥을 나눈다는 것은 삶을 나누는 것'이라는 신부님의 강론 때문일까? 아니다. 나이 탓이다. 난로 탓이다. 울컥, 언니는 엄마 같고 옥이는 내 동생 같으니...... 나즈막이 언니! 옥아! 부르며 살그머니 안아본다. 아, 포근하다. 밤 한가운데 우리는 함께, 그래서 하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