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무서운 하루

요술공주 셀리 2024. 6. 7. 08:12

사람들이 나를 무시했다. 직장에 출근했는데, 내 책상은 온데간데없고, 심지어 입은 옷도 이상하다고 놀려대는 것이었다. 꿈속이었지만, 너무나 속상했다. 하소연할 데를 찾아 헤매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휴, 꿈이었기 참 다행이다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어젠, 오전 내내 땀을 흘려가며 야자매트를 깔았다. 며칠 전 이웃이 나눔 해준 꽃모종에 물을 주고, 밭에서 상추를 뜯어왔다. 상추와 잘 익은 열무김치를 송송 썰어, 고추장 양념을 해서 비빔국수를 했다. 양파와 당근, 버섯을 기름에 달달 볶아 고명까지 만들어 비볐는데 맛은 2%나 아쉬웠다. 공들인 것에 비해 실망스러웠지만 아주 오랜만의 국수여서 과식을 했다.

점심을 먹고 뜨거운 햇볕 때문에 강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어르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어요.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 의식은 회복됐는데, 혈압도 잡히지 않고......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엄마는 센터에서 두어 번 쓰러지신 적이 있다. 그때마다 119를 불렀는데, 병원에 이송된 것은 이 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몸에 이상반응까지 있었다니, 어쩐지 심상치 않다. 마음에 동요가 생기고 그때부터 혈압이 올라 평정을 찾기 힘들었다. 남편과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링거를 꽂고 누워계셨는데,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이 파랗다. 엄마의 이런 모습도 처음. 덜컥 겁이 났다. 별별 쓸데없는 생각과 상상으로 초조불안, 어질어질. 이러다가 나도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아 의자에 앉아 기도를 했다. 내 마음의 진정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응급실과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과 환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현충일이라서 의사는 한 명, 환자들은 의외로 많았다.

한참을 긴장하며 기다렸다가 의사와 만났다. "ct촬영 결과는 이상이 없는데, 폐렴이 있다." 며 흉부 x-ray를 보여주며 "입원하라."고 한다. 입원이라, 큰 일이다. 아버지는 엄마 없이 단 하루도 주무시지 못한다. "1인 입원실이 필요해요. 아버지가 엄마를 간호할 수밖에 없어요." 아버지의 상황을 설명했더니 "할 수 없죠. 그럼 통원치료 합시다. 오늘은 항생제 투여하고요"

링거와 항생제, 그리고 또 다른 수액까지 엄마는 세 개의 수액을 맞고 계신다. 잠이 드신 모습이 한결 안정되어 보인다. 병원에 오신 지 3시간째.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영 속이 불편하다. 차분해진 마음 대신 속이 쓰리고 아프다.

저녁 6시가 지나서 집에 도착했다. 아들에게 일러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라 했는데도 아버진 엄마를 보고서도 휘청휘청,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셨다. 엄마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하는 과정을 모두 보셨으니 혼자, 얼마나 걱정이 되셨을까?
늦은 저녁을 차려드리고, 조제해 준 약을 챙겨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화불량 탓인지,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 밥 대신 소화제를 먹고 묵주기도를 드렸다.
"참, 감사합니다. 엄마를 살려주셔서....... 그러나 다시는 오늘 같이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