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미녀들의 수다

요술공주 셀리 2024. 6. 11. 11:23

'면봉을 코에 10여 회 정도 묻힌 다음 용액에 풀어서........, 15분 정도 후에 확인하세요.' 코로나 자가 키트의 설명서대로 따라서 했다. 긴장 또 긴장, 가슴을 졸여가며 코로나 확진 결과를 살폈다. c 한 줄. 음성이다. 휴~ 다행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가고, 격리실에서 아버지를 돌보고, 매 끼 식사를 챙겼으니 전염이 되었다면 벌써 진행이 됐을 터. 그러나 음성, 다행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성당과 반모임에 참석해도 됐을 것을......

오늘은 동네 아낙들의 모임이 있다. 강원도 산골짝의 미녀들이 동네의 젊은 부부 집에 모인다. 유0 씨에게 베이커리를 배우기 위해서다. 12시. 앞집 새댁과 윗집 옥이, 헤레나 언니, 젊은 부부까지 모두 6명이 모였다. 식탁에는 이미 샐러드와 올리브 절임이 차려져 있다. 우와, 내가 좋아하는 메뉴. 피자와 파스타구나. 아주 오랜만에 먹는 수제 파스타와 직접 구운 피자가 차려졌다. 젊은 새댁 유0 씨가 직접 구운 루꼴라 마르게리따 피자와 파스타는 먹어 본 것 중 단연코 으뜸이다. 유0 씨는 요리에 관심이 많다. 요리도 잘하고 김치도 잘 만든다. 루꼴라와 양상추 등은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라고 한다. 오븐에서 갓 꺼내온 피자와 텃밭에서 뜯어온 신선한 야채와의 찰떡궁합은 도시에서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선하고 구수한 맛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



드디어 식빵을 만들 차례다. 네 명의 미녀들이 유0 씨의 설명을 다소곳이 경청한다. 저울에 밀가루, 설탕, 계란, 소금, 이스트와 버터를 정확히 계량하여 넣고 치대어 반죽을 했다. 앞집 미녀 다솜이가 "재미있다" 한다. 반죽한 볼엔 수분을 입힌 면수건을 덮어 발효를 시켜놓고 우린 본격적으로 수다 삼매경이다.

 



30대 2명, 40대 남자 한 명, 50대, 60대까지의 모임인데도 호호, 하하, 까르르~, 미녀들의 수다는 식탁까지 들썩이게 한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 미녀들이다.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우린 커피를 내려 우아한 오후, 여유 있는 우정을 즐긴다. 강원도에 내려와 정착하기, 농사지으며 생긴 웃픈 이야기, 집짓기, 곤충과 함께 살기, 살림 kow-how 등 어른들은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젊은이들은 새롭고 따끈따끈한 많은 정보를 나눔 하는데 참 듣기도 좋고, 참 보기도 좋다. 젊은 부부가 우리를 초대하고 제빵을 가르쳐준 것은 우리에겐 기쁨이고, 영광이었다. 가진 것을 선배들에게 나누고,0 기꺼이 시간과 장소를 내어준 부부가 기특하고 고마울 뿐이다. 어른들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긴 시간 공들여 가르쳐주고, 점심과 과일, 후식까지 살뜰히 챙겨준 부부가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여러 번의 발효, 복잡한 공정으로 우린 12시에 만나 거의 6시간을 함께 보냈다. 제빵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운 식빵. 우린 식빵 때문에 만났지만 밥을 함께 먹고, 짧은 시간 인생을 논하기도 했다. 4시 이후에는 돌쟁이 라연이까지 합류해서 마을학교까지 공유했으니, 오늘은 강원도의 역사 한 페이지가 또 완성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