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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쁨

요술공주 셀리 2024. 6. 12. 13:22

"엄마, 어디 아프셔요?"
"아니, 안 아퍼."
하시는데 힘이 하나도 없다.
"근데, 왜 힘이 없어 보여..." 했더니 "그러게, 힘이 없네." 하신다.
엄마는 병원 약을 드신 지 일주일째다. 아버진 거의 정상으로 회복하셨는데 엄마가 영 회복이 더디다. 아직도 일주일 전, 놀란 가슴이 남아 있으니 엄마 걱정으로 나는 또 잠을 설쳤다.

두런두런 소리에 잠에서 깼다. 큰 목소리는 아버지, 작은 목소리는 엄마다. 아침 일찍 데크에 나오셨나 보다. 귀를 쫑긋 열어 들어보는데, 두 분 모두 짱짱한 목소리. 한걸음에 달려가 살피니 엄만 어제보다 좋아 보인다. 달달한 쵸코쿠키를 갖다 드리니 잘 잡수신다.
"오늘도 밭일하지 마세요. 푹 쉬시고 내일부터 센터 가셔요."
종이에 적어 보여드리니 아버진 "전화된겨?" 하신다.
그런데 그때, 센터 한 선생님이 핸드폰을 하셨다. "어르신 괜찮으시면, 오늘 센터에 모실게요. 많이 지루하실 거예요." 두 분께 가시겠냐고 여쭈니 좋다고 하신다.

아버진 이미 옷을 갈아입으시고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신다. 엄마는 머리를 감으시더니 화장을 하신다. 후후후, 엄마가 기운을 차리셨구나. 화장을 하시는 엄마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입술에 곤지를 바르고 계실 때, 요양센터의 한 선생님이 안방으로 들어오셨다. 엄마를 와락 끌어안으며, "어르신 얼마나 힘드셨어요? 보고 싶었어요."
엄마도 "보고 싶었어. 눈물이 나네." 하시는데 엄마도, 한쌤도, 이를 바라보는 나도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오랜만의 일상이다. 센터에 가신 조용한 동생의 집. 그네가 있고, 장미아치 사이에 새하얀 고광이 빛을 내는 집. 우아한 자엽안개가 고고한 꽃을 피우고, 우렁차게 강물이 흘러가는 곳. 부모님이 센터에 가셔서 조용한 집. 그네와 장미아치가 엄마집을 지키는 소소한 일상이 이런 기쁨일 줄 다시 또 실감을 한다. 눈물이 핑 돈다.

부모님이 걸어서, 센터에 가는 자동차를 타셨다. 그리고 자동차 꼬리 뒤에 남겨진 것은 평화로운 일상. 늘 있던 일이 1주일 만에 일어났을 뿐인데 이렇게 마음이 가벼울 수 없다. 누가 그랬나? 늘 같은 일상이 심심하고 지루하다고. 하루가 똑같은 날 없지만 바람 잘 날 없었던 일주일을 겪어보니,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감사한 시간이다. 오랜만에 커피를 내려 한낮의 뜨거운 데크로 나온다. 훅 하고 달려오는 여름의 햇볕. 그러나 한낮의 뜨거운 햇볕조차 반갑다. 더위조차 평화롭다.
요양보호사 한 선생님과 박 선생님 덕분이다. 두 분의 보살핌과 어른 공경의 저 애틋한 마음이 진심임을 잘 알기에 이 번 큰 일도 든든한 힘이 되었다. 평화보다 더 큰 감사가 뜨겁게 밀려온다. 코끝이 찡한 것은 감미로운 향기, 바람결에 날아온 꽃향기 때문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