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보리수에 꽂히다

요술공주 셀리 2024. 6. 21. 16:49

놀멍, 쉬멍. 언제는 '놀자' 하더니 오늘은 '놀면 뭐 하니' 다.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났더니 아침 일 때를 놓쳤다. 꽃에 물 주는 시간도, 밭에 물 주기도 애매한 시간. 데크에 나갔다가 어제저녁에 따 놓은 보리수를 발견한다. 아, 보리수! 그래, 보리수 작업을 해야겠구나.

다행히도 그늘이 있는 곳에서 전지가위로 잘 익은 가지를 뚝뚝 잘라준다. 그런데 보석은 햇볕을 많이 받는 높은 곳에 있으니, 작업이 만만치 않다. 사다리를 가져오자니 그 무거운 걸 어떻게 옮길 거며, 옮기더라도 경사진 곳에서 혼자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삐끗하면...... 아, 사다리는 안 되겠다, 금세 포기를 한다. 큰 보석은 내년에 따기로 하고 손 닿는 곳의 작고 쉬운 보석만 땄다.


동생네 집 보리수. 왼쪽의 보리수. 오른쪽의 보리수, 세 그루의 나무에서 딴 보리수가 제법이다. 모양도 가지가지. 동생네 보리수는 크고 통통하고, 왼쪽 나무는 기가 막히게 잘 익었고, 오른쪽 나무 보리수가 제일 작고 못생겼다. 아무려면 어떠랴, 한솥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질 것을......

 
휴, 쪼그리고 앉아 열매를 따는데도 한참이 걸리고, 김치 담는 그릇에 담아 씻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양이 많아서다. 세 그루의 나무엔 아직도 많은 열매가 남아 있지만 올해 보리수는 오늘로 마무리를 할까한다.
벌레 먹은 것, 덜 익은 것, 과숙으로 으깨진 것을 한 차례 골라내고, 이제 솥에 넣고 끓일 차례. 그런데 큰 냄비엔 담을 수가 없어 곰국 끓이는 그릇에 앉혔는데도 하나 가득이다. 어이쿠나 내가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니..... 결국, 그릇을 두 개로 나누었다. 하나는 보리수청, 하나는 보리수잼을 하면 되겠지. 
그럴 생각은 없었거늘, 어쩌다 이렇게 욕심쟁이가 되었을까? 쯧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