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자란다
가을비
요술공주 셀리
2022. 8. 27. 08:55
2박 3일의 '서울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오니, 공기부터 다르다.
"그래, 이거지" 심호흡을 하고 어둑어둑한 꽃밭에 인사를 한다.
"울 아가들, 잘 지냈나?"
달라진 것은 없지만, 주인이 왔으니 그새 생기가 돋는다.
"언제부터 가을인가요?"
터무니 없는 질문에 "베란다 문을 닫을 때"라는 대답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새벽에 장대비가 내렸다.
여름이불 두개를 겹쳐 덮었는데도 추워 긴팔을 꺼내 입고 다시 잠든다.
비가 그치고,
동쪽창에 그윽한 햇볕이 가득하다.
행복한 아침,
단비 머금고 영그는
가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