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집 코스프레, 장마 대비
올 장마엔 비가 얼마나 많이 오려나? 일기예보엔 주말부터 비가 온다고 한다. 오늘도 밭에 내려가 단도리를 했다. 고추와 피망 옆에 막대기를 세워주고 고추와 고추 사이를 비닐끈으로 고정시켜 주었다. 서로를 의지해서 쓰러지지 말라고......
2년 전, 바이오체리를 장마에 보낸 적이 있다. 심은지 3년 만에 보냈으니, 많이 속상했다. 속성수인 바이오체리는 키가 쑥쑥 자라면서 새하얀 꽃을 피웠고, 자두 같은 보라색 열매가 달렸었다. 새콤달콤한 열매로 첫해는 효소를, 그리고 술을 담그기도 했는데 그만 장맛비에 쓰러졌던 것. 아픈 경험이 있으니 장마 전에 이렇게 부산을 떨고 있는 것이다.

키가 큰 백합도 마찬가지.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맺힌 백합 역시 비로 보낼 수는 없다. 지지대를 세워주고 끈으로 묶어주는데, 사놓은 비닐끈이 없어 신발끈과 리본 등 집에 있는 모든 끈을 닥닥 긁어서 묶어주었다. 후후후, 백합이 색동끈으로 중무장을 했다. 수레국화와 우단동자도 제각기 다른 끈. 참 이쁘지 않은 풍경이다. 마치 성황당과 무당집을 연상케 한다. 꽁꽁 묶어줬으니 보는 이도 불편하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람도 꽃도 나무도 우리 모두 재해를 예방해야 하니......


옆집은 한여름에 전지를 했다. 전지는 이른 봄과 가을에 주로 한다고 알고 있는데, 왜 전지를 했는지 또 배운다. 나무도 햇볕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가지와 이파리가 남쪽으로 뻗다 보니, 그 무게로 구부정하게 쏠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가 오면 이 또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대추나무와 보리수, 박태기 나뭇가지 등 등이 굽은 나무마다 가지를 잘라주었다. 전지를 했더니 신기하게도 이 나무들의 키가 쑥 커버렸다. 한쪽으로 쏠려 구부정했던 허리가 쭉 펴져서 생긴 일이다.
서울에 가는 작은 아들 편에 보낼 채소를 미리 준비했다. 며느리를 통해 사부인에게 보내고자 한다. 며느리의 sos에 늘 도움을 주는 사부인이다. 며느리가 볼 일이 있을 때, 손주를 보살펴주는 사부인이 늘 고맙고 죄송하다.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정성을 들이고 싶어서다. 감자를 캐고, 상추와 양상추, 오이와 덜 여문 고추까지 다 합쳐보았지만 바구니가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이걸 보내도 될까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을 다해 포장을 했다. 부족하지만 이거라도 장마에 대비하시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