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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줄 알았으면

요술공주 셀리 2024. 7. 10. 09:54

앗. 해다!
밤새 들리는 빗소리가 거슬렸다. 장마라서 강물이 범람하고 지붕이 무너졌다는 뉴스가 어디 이 번 뿐이랴마는 비가 그쳐 주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그러나 새벽에도 빗소리 때문에 단잠을 설쳤다.

주말에 쌓인 빨랫감을 더는 미룰 수가 없어 비가 오는데도 어젠 빨래를 했다. 집안에서 빨래를 건조한다 해도 퀴퀴한 냄새를 어쩌지 못할 뻔한 일을 알면서도 세탁기를 돌렸다. 내겐 다 계획이 있었기에......
참나무 두 덩이를 가져와 난로를 지폈다. 집안에 온기를 더하고 젖은 빨래도 말리려는 원대한 계획은 바로 후회로 이어졌다.  실내온도 30도. 빨래도 나도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얼마 전에 담근 오이지는 대성공이다. 김치 냉장고에 빈자리를 찾을 수 없어 실온에 방치? 한 오이지도 골가지 하나 없이 여전히 멀쩡하다. 그래서 얻은 용기. 이 번엔 마늘장아찌에 도전이다. 계획에 없던 토종 마늘을 구입하면서 알이 작은 마늘 한 접을 더 구입했다. 마늘장아찌를 담아보려고. 물론 이도 처음이지만, 요리고수 헤레나언니도 있고 옥이도 있으니 걱정일랑 땅에 묻어두고...... 맛있는 마늘장아찌가 만들어지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갔다.
"엄마, 마늘 좀 까주세요. 장아찌 담으려고요." 센터에서 오신 엄마에게 마늘 한 접을 건네 드렸다. 후후후, 일거리가 저리 반가우실까? 엄마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마늘로 직진이다.

오랜만의 햇살이 이렇게 반가운 일인가? 구름을 밀쳐낸 하늘은 또 왜 이리 파란 거야? 이슬, 아니 빗방울이 맺힌 잔디밭을 휘젓고 다니며 사진부터 찍었다. "어머, 저건 찍어야 해." 파란 하늘의 흰구름도,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이파리도, 물기 머금은 섬색시와 백일홍. 이 보석들을 정신없이 화면에 담아 둔다.

 

 

 


잠깐 나왔다 퇴장할 줄 알았던 햇살이 여전히 반짝이는 아침. 마음이 바쁘다. 빨래 건조기를 냅다 밖에 설치했다. 난로에 말렸던 빨래를 햇볕으로 옮긴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난로를 때지 말걸. 괜히 고생했잖아.
그리고 그때, "어미야, 이거." 아버지가 그릇을 들고 오셨다. 그런데, 그릇에 담긴 마늘은 곱게 갈린 다진 마늘. 어? 이게 아닌데.....
"아이고, 아버지. 마늘장아찌 담을 건데 이렇게 갈아오시면 어떻게요?"
"난, 모른다. 난 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아이고, 엄마. 내 마늘장아찌는 어쩌라고~~
마늘 한 접을 더 사야 하나? 아니면, 마늘장아찌를 포기해야 하나? 이럴줄 알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