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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의 산책

요술공주 셀리 2024. 7. 24. 16:09

쪼르르, 콧등으로 땀이 흐른다.
2시 30분. 어제처럼 산책 가자고 내가 부추겼다. 장마와 더위로 잘 걷지 못하다가 구름 낀 날씨 틈틈이 걸었던 뿌듯함이 생각 나서다. 어제 모인 사람들은 모두 찬성. 장마철이니, 약속이라도 한듯 모인 사람들의 손엔 모두 우산이 들려있다. 어제 함께 산책한 일행은 오늘도 다리위에서 산책에 나섰다.



"천둥, 번개 때문에 너무 무서웠어요."
"강물도 젤 높은 수위였어요." 이웃은 만나자마자 날씨이야기부터 꺼낸다.
"남편이 풀을 베다가 벌에 쏘였어요."
어젠 옥이가 벌에 쏘여 병원에 갔다 왔는데, 오늘은 또 다른 이웃이 벌에 쏘이다니, 도무지 심란한 여름이다.



오늘은 나도 천둥소리가 무서웠다. 분명 아침인데도 밤이 올 것 같은 어두침침한 공기를 뚫고 번개와 천둥이 난무하는 아침이었다. 그런 날씨가 비가 그치면서 언제 천둥이 왔다 갔냐는 듯, 빼꼼히 햇살도 들락날락. 햇살 비집고 매미가 울어재낀다.



수요일, 주보를 완성해서 메일을 보냈으니 한가한 시간이다. 점심도 배불리 먹었겠다 이웃을 모아 산책길에 나섰는데, 강 다리쯤 도착했을 때, 해님도 함께 따라왔다. 아, 배는 불러 몸은 무겁고 오늘따라 습도는 왜 이리 높은지? 올라오는 지열과 내리쬐는 햇볕을 감당하기 힘들다. 우산은 이미 햇볕 가리는 양산이 되었고 이마와 등줄기엔 땀범벅. '찌는 듯한 더위'를 참기 힘들다. 강가 중간쯤에서 "그만, 돌아가자." 라고 내가 말했다.



"아이고, 힘들어."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의자에 털석. 쉬었다 가자 한다.
어제도 쉬었던 캠핑장 의자에 앉아 쉬고 있을 때서야 생각이 났다. 아, 고양이. 며칠 전부터 산책할 때마다 들렸던 고양이 소리가 오늘은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지나가면 야아~옹 울었었는데, 캠핑 온 사람 다리에 붙어 울던 고양이였는데.....
"야옹아"  하고 인0씨가 풀숲을 뒤져 찾아보지만 아무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 폭우에도 야영객과 텐트는 있던데......하면서도 아침에 울던 천둥과 번개가 동시에 생각이 났다. 아, 무사하기를......



밤새 울던 천둥도, 따라 소리치던 번개도 잠잠해진 오후다.
그런데도 밤새 불어난 계곡소리 여전하고, 밤새 불어난 강물 또한 도도히 흘러가는데, 후회막심. 이 더위엔, 이 햇볕엔, 건강에 좋다는 걷기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심신을 위해 걷는 게 고행이 되어선 안된다. 아무래도 햇볕이 있는 2시의 산책은 무리였다.
그러나, 장마도 힘들고 지루하다. 산책을 못하더라도 좋으니, 이제 지루하고 넘쳐나는 장마도 그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