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대박, 쪽박

요술공주 셀리 2024. 8. 6. 10:28

아침저녁으로 하는 순시. 채소 제군들은 별일 없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텃밭을 둘러보고 다닌다. 그러다가 풀도 뽑아주고, 때로는 거름도 주고, 어쩌다 오이도 따고 토마토와 가지도 따곤 한다. 아침저녁으로 크기가 달라지는 애기들이 그저 이쁘고 신기하기만 해서다.

그런데, 노릇노릇 익어가던 참외가 아침까지도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다. 오이 두 개도 없고......
오호라, 엄마가 다녀가신 게다. 아니나 다를까, 해 질 무렵 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이거, 너 먹으라고 내가 땄어." 내 밭에서 따온 참외와 토마토. 엄마는 딸에게 주고 싶은 마음으로 늘 이렇게 옥수수도, 감자도, 텃밭의 갖은 채소를 미리미리 수확해서는 딸에게 갖다 주신다. "엄마 드시지 뭐 하러 갖고 오셨어요?" 했더니 "아, 나도 오이랑 토마토 집에 갖다 놨어." 하신다.

오늘도 엄마집으로 아침 출근을 한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늘 하던 대로 부엌으로 향했는데 그럼 그렇지, 참외와 오이가 그림처럼 누워있다. 후후후, 그런데 엄마는 왜 참외 가져간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을까?

3년째, 참외와 수박을 심고 있다. 모종부터 열매가 열리기까지 그 과정이 예쁘고, 시중에서 파는 모양의 과일이 맺힌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다. 게다가 동생의 손녀 아림, 아정이 너무 좋아해서 해마다 심고, 가꾸고 있다.
작년엔 복수박을 심었지만, 올핸 보통 수박을 심었는데, 매달린 수박은 복수박보다 더 작은 크기다. 언제 따야 할지, 두드려보고 들여다보지만 도통 모르겠다. 그러다가 어제저녁 무조건 따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아침에 딴 참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수박과 참외를 꺼내와 반을 뚝 잘랐는데 우와! 비주얼이 대박이다.



너무 작고 못생겨서 1도 기대하지 않은 수박이 씨앗도, 향기도, 붉은 색상도 완벽하다. 참외 역시, 제대로 익었다. 그러나, 남편이 참외를 먹으면서 "싱싱하네." 한다. 그리고 이어서 하는 말, "수박이 대박이다." 한다. 수분의 함량도 최고, 맛도 그동안 먹어 본 것 중에 단연코 최고라고 한다. 정말? 그래서 나도 참외부터 먹어보는데, 비주얼도 크기도 완벽한 참외는 보기보다 맹맛이다. 왜 싱싱한 맛이라고 표현했는지 이해가 간다.
수박은 남편 말대로다. 밭에서 제대로 익은 것을 따왔으니 기가 막힌 맛이다. 비록 적은 양 세 쪽이었지만 더위가 싹 가시는 맛이었다. "수박 더 열렸나?" 남편이 대박인 수박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재 세 개가 익고 있으니 나 또한 기대가 크다.

 



참외 세 그루, 수박 세 그루를 심었으니 얼마나 더 열리려나? 이럴 때 동생의 손녀 아림, 아정이 와서 열매 달린 것도 보고, 맛있게 먹으면 좋으련만......
아림, 아정아! 수박 먹으러 오렴. 수박을 먹으니, 애기들이 더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