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공주 셀리 2024. 8. 16. 11:22

한 때, 한 솥밥을 먹었던 옛 동료에게 받은 글이 마음을 움직였다. 안타깝기도 하고, 생각해볼 내용이어서 소개해 본다. 
 

(나도 한 때는 아름다운 노년을 꿈꾼 적이 있었다.

시골에서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면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자연을 벗 삼아 남은 생을 자족하면서 살겠다는 꿈을 키웠었다.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지만….
 
나에게 선망의 꿈을 불어넣은 사람은 친구였다.
남편은 고등학교,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 부부는 50대부터 10년 계획을 세워 노후 준비를 시작했다.
이들은 은퇴 후 자연에 묻혀 살면서 1년에 두 번 해외여행을 다니겠다고 했다. 해외여행이 힘에 부칠 나이가 되면
제주에서 1년 살고 남해, 고흥, 속초, 담양, 안면도 등으로 둥지를 옮겨 다니며 노매드 인생을 살겠다고 했다.
그의 은퇴 후 10년 계획은 치밀하고 촘촘했다. 모든 걸 아끼며 구두쇠처럼 살아도 목표가 있는 삶을 사니 누구 앞에서도 당당했다. 친구 내외는 시간이 될 때마다 시골에 내려가 심을 식물 종자와 나무를 찾아 5일장을 돌았고, 여행에 필요한 각종 용품과 옷가지 준비를 낙으로 삼아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 했다. 그렇게 많은 날이 지나갔다.
 
그런데, 건장했던 친구가 정년을 1년 앞두고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는, 여섯 달도 못 채우고 죽고 말았다.
들판에 혼자 남게 된 친구 아내가 안쓰럽고, 무거운 현실에 눌리는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다. 원망과 분노, 슬픔이 몸을 탈진시키면서 우울증을 불렀고, 사람을 피하는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외출을 멈춘 채 전화도 본인이 필요로 하는 것만 선별해 받다가 그마저 전원을 꺼놓을 때가 많았다. 깔끔한 성품 탓에 반질반질 윤이 나던 집안 살림에 먼지가 안고,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집안이 헝클어 졌는데도 치우거나 정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엄마의 집을 정리해 주려고 내려 왔다가 한숨만 말아 쉬었다.
 
방마다 널린 전원생활에 필요한 용품들. 구석구석에 처박은 씨앗 봉지들. 열린 대형 여행용 가방엔 텍이 그대로 달린 옷가지들로 정신이 사나웠다. 어떻게 정리 좀 할까 했던 아들도 적당한 선에서 손을 들고 말았다. 하나같이 두 분의 꿈이 차 있던 것들이고, 소망했던 것들이다.
 
2년쯤 지나 아내와 함께, 그녀의 집을 찾았다. 우리 내외와는 어울려 여행을 다닐 만큼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그래서인지 가겠다고 할 때 타박 하지않았다. 만나보니 생각보다 표정이 밝았고, 생활도 좋아 보였다. 그녀는 아내를 향해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오지 않은 미래를 좇다가 오늘을 실패한 사람”이 나라며, “오늘 맑았던 하늘이 내일은 비”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편이 더 좋아지고 자유로울 때 하겠다고 미룬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하라고 권했다.)

어떻게 사는 삶이 옳은 것일까? 정답은 없다.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그런데, 이 글은 잔잔한 여운과 함께 최소한 지금의 나를 한 번 쯤 돌아보게 했다.
"잘 가고 있는 거지?"
"지금, 만족하고 있는 거지?"
그래, 후회는 하지 말자.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
그리고 생각나는 말, 흔하고 흔한 말. "잘 먹고, 잘 살자!" 란 말이 왜 떠올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