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다리
"어쩌면 좋아. 택배 아저씨는 일요일도 없네."
새끼손가락만 한 립밤 한 개를 주문했는데, 그게 보자기만한 비닐 포장지에 담겨 일요일에 도착했다. 따로 주문한 손톱만 한 립글로스는 토요일에 도착을 했다. 급한 물건도 아니어서 천천히 받아도 되는 물건인데, 일요일에 택배로 도착을 했다.
휴, 오늘도 무리를 했다. 머리가 띵~하고 어질어질하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했어도 이미 초과 달성한 중노동이다.
화장품과 모종을 지난 금요일에 주문을 했다. 화장품이 주말에 왔으니, 모종도 틀림없이 오늘 도착할거야 생각하며 풀을 뽑았다. 모종이 도착하면 지체없이 심어줘야할테니까......
심을 자리를 살펴보느라 완전 무장을 하고 꽃밭에 나갔다. 그렇다면, 모종 심을 자리만 정리했어야지 왜 여기저기 풀을 뽑느라 무리를 했냐고?
난 늘 풀이 문제다. 풀만 보면 손이 가니 어쩌면 좋을까? 여기를 뽑으면 저기가 보이고, 저기를 뽑다가 왜 요기조기까지 손을 대느냐 말이다. 그러니 시간도, 노동의 양도 늘 초과를 해서 문제다. 늘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는데도 그게 늘 실천이 안된다.

3년 전, 동네 화원에서 '운남소국'을 사다 심었다. 해마다 노랑 소국을 사다 심곤 했는데, 다음 해 봄엔 땅을 뒤집어 봄꽃을 심느라, 가을에 심은 국화를 모두 헤집고 뽑아내곤 하는 실수를 여러 해 반복했다. 그래서 운남국화를 심은 다음엔 그 자리에 '운남국화' 라고 써서 푯말을 심어주었다. 그 덕분일까? 운남소국은 잘 자라주었다. 작고 야리야리한 꽃이 마치 안개꽃 같아서 가을꽃이라기 보다 여름꽃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그러나 운남소국은 가을꽃이다. 여름부터 서리 내릴 때까지 피고지니, 매력이 철철 넘치는 꽃이다. 그래서 통 크게10개를 주문하게 된 것. 급하지 않은 화장품은 일요일에 왔는데, 빨리 보고 싶은 꽃은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점심 후에, 택배차가 도착을 했다. 당연히 모종이려니 하고 마중 나갔는데, 아들이 시킨 콜라다. 그러고 보니 모종은 입금했다는 메시지만 있지,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연락이 없었다. 나는 왜 모종이 오늘 도착할 거라 철석같이 믿고 있었을까? 결국, 기다리다 못해 모종을 주문한 화원에 전화를 했다.
"아, 금요일에 입금한 운남 소국이요? 오늘 출고했으니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까진 도착할 겁니다."
아이고, 이런...... 내가 헛다리를 짚었구나. 내일은 비 예보가 있던데 어쩌면 비 오는 날 날궂이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운남국화 심으려고 빨래도 보류하고, 마트도 내일로 미뤘었는데......
휴~ ,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도 큰 오늘. 갑자기 늘어난 오후를 난 또 어떻게 보내야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