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운남소국의 비밀

요술공주 셀리 2024. 8. 27. 18:56

오전에 문자가 왔다. '주문하신 상품이 배송 중입니다.'
그럼 그렇지. 암 그래야지.
아, 고대하던 꽃이 오늘 온다고 한다. 창문을 계속 바라보는데,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땅에 물기가 있으면 더 잘된 건가? 하면서 기다림을 다독거려 본다.

'배송 완료' 문자를 확인하고 데크에 나가보니 낯익은 기다란 상자가 놓여있다. 차근차근 풀어보니 신문지에 아주 작은 화분이 조심스레 싸여있다. 마치 애기를 포대기에 싼 듯, 모종 또한 야리야리한 애기다. 신문지를 풀어 숨을 쉬게 해 주고 비를 맞게 하려고 데크 위에 올려놓으니 그새 또 설렌다.

 



동생과 통화를 했다. '운남소국'을 샀다고 자랑을 하니 동생은 올봄에 중국 운남을 다녀왔다고 한다. 오, 그래? 오늘 산 운남소국은 중국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울 수 있을까? 인터넷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어디에도 중국 운남에 관한 내용은 없고 오히려 운남소국은 '일본 과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일명 '버드쟁이 나물'이라고도 하며 학명은 Kalimeris pinnatifida라고. 흰색과 옅은 노란색을 띠는 겹꽃으로 6월부터 10월까지 피고 지는 착한 꽃이란다. 양지와 반음지 조건의 중간 정도의 습기를 가진 배수가 잘되는 토양에서 잘 자란다니, 오늘 심은 땅이 딱 그 조건이다. 그러니 잘 자라주겠지? 여름에 싹둑 잘라주면 가을에 소담스러운 꽃을 볼 수 있다니, 내년에 그렇게 해줘야겠다.

비 그치기를 기다려 오후 늦은 시간에 애기 모종을 심어주었다. 모두 14그루다. 도착한 화분은 10개인데 중간에 포기 나눔이 가능하다는 걸 8개쯤 심으면서 늦게 발견을 했기 때문이다. 먼저 심은 걸 죄 다시 파내서 포기 나눔을 할까 잠시 갈등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적당히 간격을 맞춰 좀 촘촘하게 심어주었다.



10cm 포트의 모종. 심은지 3년 된 선배 옆에 있으니 땅꼬마다. 어휴, 언제 커서 저 선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에 꽃은 필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진다.

 

3년을 경험하고 더 사다 심은 꽃이다. 월동에 문제없고, 병충해 없고, 다년생인 데다 오래 피는 꽃.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흰색이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꽃 아닌가? 빨리 그 예쁘고 앙증맞은 꽃을 보고 싶다.
그러나 기다려야 한다. 그래, 그래. 난 '기다림의 미학'쯤은 알고 있는 사람이니 기다릴게. 기다리는 만큼 기대하고, 상상하고, 설레면 된다.
내가 꽃을 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