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계곡에 가다
"언니, 같이 가요." 했을 때, 난 가지 못했다. 코로나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마음만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러니 원당계곡은 네 사람에겐 오늘이 두 번째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에 위치한 뇌운계곡의 끝자락, 원당계곡이 오늘의 목적지다. 늘 함께하는 정예멤버 5명이 오랜만에 소풍을 나갔다. 금강산도 식후경. 계곡 초입에 자리한 순댓국집에 들러 점심식사를 했다. 순댓국은, 흔치 않은 된장베이스의 구수한 맛. 딱 강원도의 맛이다. 순대에도 나물을 넣어 매우 독특한 맛이 났었다.

길이 6km의 원당계곡은, 평창강 유원지와 뇌운계곡만큼 유명하지 않아, 원시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평일 오후, 우리 5명이 차지하기엔 너무나 넓고 한적했다.
하룻 사이에 예고도 없이 훅하고 찾아온 가을. 아침엔 긴 팔을 꺼내어 입었었다. 계곡도 이미 가을이었다. 투명한 물 위에 유유자적 낙엽이 헤엄치고, 하늘도 높고 물도 시렸다.
파란 하늘 아래 부서지는 빛의 파편. 눈 부신 보석이 물 위에서 반짝였다.



첨벙첨벙. 어린이가 된 어른들은 물놀이를 하고, 물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우리 모두가 초록으로 목욕을 했다.

어항을 챙겨 온 인0 씨가 어항 안에 떡밥과 돌멩이를 넣고 물속 깊이 던져놓았다. 물이 깊지 않고 물살이 세지 않아 이곳은 우리나라 토종어종인 쉬리를 비롯해 다양한 민물고기가 서식한다고 한다. 한참이 지나 건져온 어항엔 우와, 정말로 고기가 들어있었다.

두 번의 어항으로 매운탕이 가능한 양이 잡혔다. 우린 어탕 수제비를 해 먹기로 약속을 하고 6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6시. 언니집에 도착하니 냄새부터 남다르다. 언니는 육수의 고수다. 언니의 특제 육수에 푹 끓여진 매운탕. 매콤하고 구수한 어탕에 얇게 떠서 더욱 부드러운 수제비는 쫄깃쫄깃. 감자와 호박까지 잘 어우러진 수제비는 그 어느 식당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맛이다. msg 한 톨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감칠 낫 나는 이 음식을 말도 없이 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틀 전에도 이곳 정자에서 삼겹살 파티를 했었다. 그리고 우린 오늘 점심도 함께, 저녁도 같이 먹었다.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 그렇다면? 우린 식구(食口)가 아닌가?


언니는 "추석 명절에 맛있는 음식 만들라."며 귀가하는 두 동생에게 직접 달여 만든 '맛간장' 한 병씩을 들려주었다. 짭조롬 달달한 간장냄새가 코끝에서 맴돈다. 귀하고 신선한 재료를 넣고 푹 우려낸 간장이 꼭 우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따로 만났으나 잘 어우러져 우린 서로에게 진국이고, 같이 있으면 시너지가 생기는 식구이며, 힘들 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