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9.3)
무리하면 안 돼. 오늘은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거든.
그러나 화초에 물 주고, 가지를 따고, 풀 뽑고, 이불빨래까지 했다. 그렇게 요란하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보건소에 가서 '유행성출혈열 예방주사'를 접종했다. 작년에 두 번 접종하고 오늘은 3차 접종일. 옥이네 부부와 예방주사도 함께 맞으러 갔다. "따꼼합니다." 간호사 말대로 주사는 따꼼하고 얼얼했다. 유행성출혈열은 쥐의 분비물에 의해 전염되는데, 전염성도 강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몇 년 전에 귀촌한 성당 자매님이, 유행성출혈열로 하늘나라에 갔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동네 사람의 90% 이상이 예방접종을 실시했다고 한다.
"접종 후, 10분 정도 있다 가세요." 우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시실에 앉아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홍보물 하나. '60세 이상 치매검사' 포스터다. 아, 보건소에 온 김에 치매검사를 해보자 해서 우린 또 치매검사까지 하게 되었다. 간호사의 질문에 대답하고, 문장을 외우고, 그림도 그리는 과정인데 재미있고 쉬웠으나 이게 또 뭐라고, 괜스레 긴장되고 떨렸다. 당연한 결과지만 지극히 정상이라고.
"언니, 우리 오늘 짜장면 먹어요." 옥이의 제안에 윗집 언니네까지 합세하여 우린 읍내의 중국집에 갔다. 오랜만의 짜장면과 짬뽕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배달이 안 되는 시골살이에서 짜장면은 졸업식 하는 어린아이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조건이었다.
일 년에 어쩌다 있는 낮잠을 잤다. 예방주사 때문에 왼쪽 팔이 얼얼하다. 암튼 나른한 오후에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나니 가뿐하다. 상추와 깻잎을 따서 씻어주고,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재워 저녁거리를 미리 준비했다. 5시 반에 삼총사가 다시 뭉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삼 형제바위를 끼고 흐르는 강변에 새로 조성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면 6000 보정도의 걷기가 가능하다. 병풍처럼 두른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을 즐기는 산책코스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찻잔을 들고 나온 데크엔 가을 바람이 불었다. 선선한 바람에 이젠 긴팔을 입어야 하나, 상쾌한 바람이다. 아, 좋다 하고 있을 때 작고 하얀 불이 날아다닌다. 어디서 나타났을까? 반딧불이다. 청정한 곳에만 있다는 반딧불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주었다. 한 마리 옆에 또 한 개의 불이 원을 그리더니 두 개의 불빛이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 하루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