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아열대?
남편과 나는 과일을 좋아한다. 강원도에 집을 짓고 제일 먼저 한 것은 나무 심기. 울타리나무와 더불어 과일나무를 심었다. 배와 포도, 복숭아, 사과, 체리, 자두, 호두, 모과, 대추, 다래, 매실을 심었고 심지어 은행나무도 심었다. 제철에 나는 딸기와 토마토, 참외와 수박까지 심어 심심치 않게 따 먹는 재미 때문에 과실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과실수 종류에 비해 수확물은 거의 제로 상태. 파란만장한 과실수다. 바이오체리가 딱 한 번 결실을 맺어 효소를 담았는데 장마에 쓰러져 그만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그 많은 과실수 중에 복숭아 한 개, 사과 2개, 대추 5개를 따 봤을 뿐이다. 심은지 6년이 된 배와 다래, 호두는 아직 꽃도 피지 않았고, 꽃만 피고 열매를 맺지 않은 모과도 있다. 너무 어린 묘목을 사다 심었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관리부족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사다 심었을 뿐, 거름 한 번 주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그래도 올핸 포도가 대박이었다. 한 바가지 따서 맛있게 먹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면 아열대 기후가 될 수도 있다고 news에서 들었을 땐 설마 했었다. 그런데, 추위의 대명사인 이곳 강원도의 복숭아와 사과, 포도의 당도가 높다는 건 맛을 봐서 알고 있음이다. 경상도가 산지였던 사과가 강원도까지 올라왔다니, 이러한 기후변화라면 정말로 우리나라가 조만간 아열대로 변할 수 있겠구나 싶다.
오늘은 켐벨포도를 사러 횡성에 갔다. 도로에서 보니 한 발자국 건너 건너에 포도밭이 수두룩하다. 사과하면 대구를 떠올렸는데, 언제부턴가 충주와 충북사과가 유명세를 타더니, 근래엔 강원도에 사과밭이 많이 생겼다. 고개 너머에도 사과밭이 있고, 동네 입구에도 사과과수원이 세 개나 있으니 이러다간 전 세계의 기후도 평준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올 해도 '최고 더운 여름'을 갱신했다. 40도에 가까운 기록적인 폭염. 기록적인 한파. 기록적인 폭우 등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건 신부님 말씀이다.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실천. '아나바다'를 실천하자는 말씀. 아(아껴 쓰고) 나(나눠 쓰고) 바(바꿔 쓰고) 다(다시 쓰고)를 다시 시작하자는 말씀인데, 지금부터 나부터 하면 된다고.
"언니는 좋겠다. 강원도에 땅을 사서......" 아는 동생이 어느 날 전화해서 뜬금없이 한 말인데, 우리나라 기후가 변해서 강원도가 살기 좋은 곳이 되었다고 한다. 얼음이 제일 먼저 어는 곳이 강원도다. 그런데 정말로 작년엔 강물이 얼지 않았다고 하니, 겨울도 춥지 않고 여름엔 시원한 강원도가 그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암튼 과일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대만족이다. 오늘 포도원에서 직접 구매한 포도도 대박, 사과도 대박이니 그걸로 우린 대만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