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짧아진 해, 짧은 땅콩

요술공주 셀리 2024. 9. 24. 19:51

며칠 째 늦잠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거늘 중간에 꼭 한 번 깨서 뒤척뒤척. 새벽에 겨우 잠이 들어 늦잠을 자곤 한다.
"배고파. 밥 줘." 하는 소리에 일찍 일어났다.
"아 맞다. 오늘 병원 가야지......"

남편이 원주까지 간다는 건 심각한 상태를 의미한다. 남편의 한쪽 눈이 희미하게 보인다고 한다. 아무래도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진단 결과도 남편의 생각과 같았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우측 눈이 더 심하니, 목요일 아침 일찍 수술하러 오라고 했다. 그런데, 진단을 내리고도 동공 검사를 하는데 한나절이 휙 지나갔다. 아니, 힘겹게 지나갔다. 왜 이리 불안하고 자꾸만 걱정이 앞서는지......

"우와 깜빡했네. 오늘이 성당 반모임이야." 남편과 아들 점심을 차려주고 난 헤레나 자매의 차로 면으로 이동했다. 진지하고 감동적인 반모임 역시 오늘은 제법 긴 시간이다. 집에 돌아오니 3시다. 병원에서 너무 많이 걱정했나? 아니면 운전 공포증? 괜히 피곤하다. 그러나 오늘은 쉴 수가 없다. 땅콩을 캐야 한다. 젬마와 헤레나 자매 모두 땅 속에서 싹이 나니, 서두르라고 충고해 줬다.

부모님이 노치원에서 귀가하시길 기다렸다가 우린 땅콩밭으로 갔다. 크기는 작고 짝다리 만한데 한 그루에 다닥다닥 땅콩이 한 다발 씩 붙어있다.
엄마는 "아이고 우리 딸. 농사 잘 지었네." 하시며 즐거워하신다.
5시 20분에 밭에 나와 세 명이 수확했는데도 어느새 어둑어둑. 확실히 해가 짧아졌다. 뿌리를 캐서 껍질째 깐 땅콩은 물에 깨끗이 씻어 말려주라고 했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니 어느새 밤이다.
참으로 얄궂은 땅콩 같으니라고, 가을볕 짧다고 너까지 짜리 몽땅할 이유는 없는데 말이다. ㅋㅋㅋ, 하필 키 작은 제 주인을 닮을 게 뭐람? 그런데 작은 고추가 맵다고 저 양을 좀 봐. 풍성한 한가위 같지 않니? 어머나, 저 통통한 아이는 꼭 우리 큰아들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