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10월의 문턱

요술공주 셀리 2024. 9. 30. 08:27

여름 내내 열어 놓았던 거실의 문을 닫을 때.
햇살이 녹색 이파리에 노란색을 머금을 때.
꽃들이 아름다운 씨앗을 맺을 때.
이 때가 가을이다. 가을의 문턱이 닳아질 때다.
맨드라미 꽃이 좁쌀보다 더 작은 씨를 품었다. 씨앗을 품은 날부터 고개를 숙인 맨드라미는 여전히 선홍색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작년에 꽃차를 만들어둔 메리골드. 이 아이도 서리올 때까지 피는 꽃인데, 올핸 서둘러 씨를 맺었다.

 


서리가 없다면 이 아이들은 겨울도 버틸 기세다. 종이꽃과 멜라포티움은 여전히 기세등등, 그러나 어느새 드문드문 씨를 품었다.

 

 


사이좋게 둥지를 튼 나팔꽃과 풍선초도 나란히 결실을 맺었다.

 

 

 


추석 차례 꽃꽂이에 단골인 꽃. 올해도 과꽃은 제자리를 지켜주었고 내년에도 틀림없이 그 자리에 피어날 게다.

 


앗 따거워! 뾰족한 씨방에 잔가시까지 박혀있는 금규화 씨앗을 받아내다, 가시에 찔렸다. 그제서야 장갑을 낀다. 그런데, 금규화 씨는 아무래도 한 번 더 받아야겠다. 잘여문 새까만 씨앗이 발아율이 높으니......

 

 


이건 뭐지? 잔디밭까지 뻗은 넝쿨에 노란꽃이 폈는데 오이꽃 같기도, 참외꽃 같기도 해서 무척이나 궁금했던 녀석이다. 음식 쓰레기를 묻었던 곳에서 어느 날 뿅 하고 참외가 나타났다. 
 '아름다운 씨앗'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결실'.
가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