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백내장 수술

요술공주 셀리 2024. 10. 10. 12:10

"오른쪽 눈 가리고 읽으세요."
간호사가 가리키는 곳의 숫자나 그림을 읽으면 된다. 수술을 하기 전에 기장 먼저 실시한 시력검사. 백내장이 있는 왼쪽눈은 안경을 착용하고도 1.0이 되지 않았다. 백내장은 시력과 무관하다지만 사물이 뿌옇게 보이니 글자가 어른어른, 읽기가 힘들 수밖에......

서울에서 이미 백내장이 있다는 소견을 들었기에 의사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러려니 했다. 남편이 먼저 일주일 간격으로 양쪽 눈을 수술했다. 오늘은 내 차례다.
"치과보다 한결 수월해." 하며 수술한 당일, 안대를 하고도 일을 하던 남편. 그래서 정말로 수술이 별 거 아닌 줄 알았다.

수술 전에 안약을 넣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의사의 간단한 안내를 듣고 수수실에 들어갔는데 침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 싫다. 침대라니 엄청 아픈 것도, 문제가 큰 것도 아닌데 각종 낯선 기계와 침대를 보는 순간부터 콩닥콩닥 떨리기 시작했다.

수술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쓴 의사와 간호사가 함께 한 자리. 내게도 모자를 씌우고 귀 뒤에 주사를 한다. "좀 뻐근할 겁니다. 입을 아, 벌리세요." 이게 좀 뻐근하다고? 아~ 입을 벌리며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했다. 짧았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이어지는 각종 처치. 소독약 냄새가 진동을 하고 "눈, 소독합니다. 좀 따끔할 거예요. 마취약 넣습니다. 불편할 거예요. 좀 뻐근해요. 따끔합니다. 위의 네모난 사각형을 계속 바라보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수술 내내 의사는 끊임없이 주문을 했다. 수술 내내, 눈에는 이름 모를 액체를 계속 들이부었고, 바삐 움직이는 의사의 손 짓도 감지되었다. 언제 끝나려나,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했지만 지루할 만큼 시간은 가지 않았다. 

남편이 병원에 갈 때마다 동행을 했었고, 수술과 치료과정 또한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의사에 대한 신뢰감은 이미 쌓인 상태였지만 수술 내내 "좋아요. 잘하고 있어요. 잘하시네요. 이제 2분 남았어요. 끝나갑니다." 등의 말이 심신의 안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떨리고 긴장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래도 깔딱 고개가 있었는데, 귀 뒤에 주사를 맞을 때가 제일 큰 스트레스였고, 눈동자를 계속 정지하는 일과 막판에 눈에 주사한 두 번의 불편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60, 70대 노인들이 흔하게 하는 대수롭지 않은 수술이라기에 너무 편하게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물론 치과만 하진 않았지만 몸고생보다 마음고생이 더 많은 '불편한 고생'이었다. 그러나 오늘도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그렇게 말했지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이 저절로 나왔다. "여기 정리하는 동안 좀 더 누워계세요" 라며 간호사들은 자기들만의 수다를 떠는데 밝은 목소리가 또 위로가 되었다. 코요테의 경쾌한 음악은 환자를 위해 틀어준 건지, 노래를 들으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병원 침대가 그새 익숙해진 건지 편하게 누워있었다. "이제 나가실까요?" 간호사가 친절하게 부축을 해서 밖으로 나오니 "수고했다"며 남편이 환하게 웃는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갔고 안대를 했으니 어리바리하지만 후~, 한 고비를 또 잘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