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재미난 일

요술공주 셀리 2024. 11. 1. 14:19

공사를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났다.
은퇴 후에 지으려던 집을 서둘러 짓다 보니, 살면서 불편함이 자꾸만 생겨났다. 부엌에 창문이 없어 환기도 안 되고 낮에도 전등을 켜야 하는 부분이 제일 불편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좀 편히 살자." 그래서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
그런데 비 온다고 휴업, 다른 공사장과 겹쳐서 어느 날엔 2명이 와서 일하고, 더러는 아예 한 명도 오지 않아, 공사 초기엔 마음을 많이 끓였었다. 벽체를 허물고 일부를 철거한 집은 폭탄 맞은 양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는데, 5명이 달려들어 날마다 일을 하면서 요모조모 변화가 생겨났다.


하루 일하면 벽체가 없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갈수록 재미나다. 그러니, 자주 들여다보고 싶으나 혹여 일을 방해할까 봐 점심시간과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나 들여다본다.

구멍 뚫린 곳에 새로운 창문을 달고 벽을 털어낸 곳에 전기선이 되살아났다. 난간이 있던 데크는 개방형으로 재탄생되었다. 상상만으로 그렸던 공간이 가시화되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괜한 예산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지, 생각이 많았었기에 큰 변화가 아니어도 새록새록 재미가 생겨나니 참 다행이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이 아이들 먼저, 부모님 먼저, 형제들 챙기느라 젊을 땐 아끼고 허리를 조였던 생활을 했다. 은퇴하고 내려올 때, 큰 아이가 "이젠 엄마 위해 아끼지 말라." 했었는데......
늘 '누워 있는 옷'을 입었고, sale 하는 곳을 찾아다녔던 사람이, 지은 지 10년도 되지 않은 집을 리모델링하기까지 고민이 참 많았었다.

강원도에선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도, 잿빛 하늘도 반갑기만 하다. 강원도에선 햇볕이 살갗에 붙어 다니니, 나무도 꽃도 다 나를 바라다본다. 연두색 이파리가 녹색이 될 때도, 녹음이 단풍이 될 때도 모두 나와 의논을 해준다.
부엌에 창문을 내기를 참 잘했다. 이제 요리를 할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나무와 소통할 수 있으니 기대 만땅이다. 그러니 하루가 여삼추, 길기만 하다. 어서 빨리 공사가 마무리되어 새로 만든 부엌의 창문 앞에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