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두 배
오늘도 새벽 3시에 아버지의 호출이 있었다. 분명 엄마 때문일 텐데, 또 겁이 벌컥 앞선다. 1층으로 내려오니 일단, 안심이다. 안색은 괜찮은데 배가 아파서 잠을 못 자겠다며 엄마는 배를 쓰다듬고 계셨다.
"엄마, 뭉친 근육을 풀어볼게요. 많이 아프실 거예요." 그러라고 하신다. 손가락으로 명치 아래를 눌러 마사지를 해드렸는데, 잘 참으신다. 어깨와 등을 두드리고, 손과 발을 주물러 드렸더니 트림을 하신다. 한참을 그렇게 해드렸더니 많이 편해지셨다고......
연이틀 새벽 잠을 설쳤더니 오늘도 늦잠을 잤다.
엄마는 비록 죽을 드셨지만 어제보다 많이, 그리고 세끼 모두 편하게 잘 드셨다. 오후가 되니 거실에도 나와 앉아계시고, 데크의 낙엽도 치우셨다. 참 감사한 일이다.
"자기야, 올 김장은 우리 둘이 하는 거다." 남편에게 귀가 따갑게 말했더니 배추를 뽑을 때도, 씻을 때도 곁에서 잘 도와줬다.
"배추 더 뽑아와." 어느새 엄마가 나와 참견을 하신다. "엄마, 농사지은 배추는 이게 전부예요." 너무 적은 양의 배추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배추를 뽑아 다듬어보니 턱없이 적은 양이다. 무와 알타리, 갓을 뽑아 씻고 있는 동안 엄마는 파를 뽑아 다듬어놓고, 배추를 잘라 소금에 절여놓으셨다. 엄마가 회복하셨다는 증거다. 엄마가 아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도와주시다니 그만큼 김장 일이 진전되었다.
덜 자란 무와 알타리 무를 함께 절였다. 이 역시 많은 양이 아니다. 이웃이 무를 나눔 했기에 깍두기도 만들고, 김칫소도 만들 수 있었다. 우리 무로는 총각김치밖에 담을 수 없었으니, 올 김장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깍두기를 담고 남은 양념으로 총각김치를 담았다. 오후에 알타리를 밭에서 뽑았는데, 저녁식사 전에 김치를 완성하다니 신나는 일이다. 이제 배추김치만 만들면 된다. 20 포기도 안 되는 양이니 이도 금방 할 수 있겠지.
오늘은 엄마의 건강회복이 첫째 기쁨이요, 기대하지도 않은 엄마의 도움으로 알타리까지 완성했으니 기쁨 만땅이다. 남편의 도움도 큰 몫을 했고......
아, 인생이 오늘만 같다면 참 좋을 텐데......
공짜로 얻은 시간, 덤으로 받은 기쁨. 노력으로 돌아온 보람이 있었으니, 까짓 피로쯤이야 얼마든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