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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앉다
요술공주 셀리
2024. 11. 6. 17:16
"어, 추워."
밖에 나갔다 집안으로 들어오는 남편의 어깨가 한껏 움츠린 모습이다.
"물이 얼었어." 한다. 어제까지도 포근했던 날씨다. 밖에 나가니 '자주달개비꽃' 위에 하얗게 서리가 앉았다. 아직 모자도 준비 못하고 장갑도 끼지 못한 꽃이 그만 얼어버렸다.

따뜻한 햇볕이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녹색 이파리도 하루 만에 '바사삭 얼음땡'을 하고 있다. 김장을 하고 설거지 하려고 물을 채워놓은 김치통의 물도 꽁꽁 얼어버린 아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추위가 싫은 내겐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해님이 나오자 서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버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단풍도 꽃도 생기발랄이다.
"언니, 산책 가요." 카톡이 울렸다. 구릉진 산을 넘고 다리를 건너 우린 형제바위 아래 굽이굽이 흐르는 강변의 산책길을 걸었다. 이틀 만에 갈색이 더 짙어진 단풍 아래 억새 물결이다. 날마다 오는 산책길인데 이걸 오늘에야 발견하다니......
강도 억새풀도 바람에 흩날린다. 억새풀 깃털 사이에 늦가을이 일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