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가난하면
꿈이었다.
어릴 적 친구가 집에 찾아왔는데, 대접할 게 없어 얼마나 당황했던지...... 밥 한 끼 해주고 싶은데, 하필 이런저런 재료가 똑 떨어져 갈팡질팡하다가 잠에서 깼다.
엊그제 산책 길에 털어온 은행은 아직도 데크 위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길 가의 은행이니 먹지 말라는 이웃의 만류와, 괜찮다며 굳이 먹겠다는 남편 사이에서 은행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10월 초에 시작한다던 집 리모델링은 10월 하고도 중순을 훌쩍 넘겨서야 시작되었다. 남편 생일엔 집에서 가족모임 가능하게 마무리해 준다던 약속은 이미 물 건너가 버렸다. 새 집에서 하고 싶어 가족모임을 일주일 미루려고 했으나, 두 아들의 사정이 각기 다르다. "일주일 미루자", "안된다" 라는 두 갈래 길에서 결국 16일, 내 집 아닌 동생 집에서 가족모임을 하게 되었다. 공사를 빨리 서둘러 달라는 간청은, 쓸데없는 기대만 부풀었지 결과는 바람 빠진 풍선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일정을 지키지 못한 시공업체는 계약서보다 넓어진 붙박이장과 규모가 커진 외장재 값을 더 지불하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부아가 치밀고 화가 나는 일인 것이다.
'세상만사 모든 일이 일이 내 뜻대로 되겠소만.....' 이란 유행가 가사처럼 세상일이 내 생각대로 되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별 것 아닌 일에 마음을 쓰고, 사소한 일일수록 상처를 받으니 대체 마음이란 무엇인 걸까? 마음을 비우면 편하다길래 그리하고 싶으나, 그 비우는 방법을 모른다면 다 헛수고일 터. 마음은 빨리 내 집에 입주하고 싶고, 현실은 기다리라 하니 속이 타들어간다. 이럴 때 생각나는 신부님의 말씀. 오늘 미사에서 신부님이 인용한 성경구절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음이 간절할 뿐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