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남편의 매운 손

요술공주 셀리 2024. 11. 15. 18:03

"내가 기막힌 걸 만들 거야."
남편이 호언장담을 하고 나서, 뒤꼍에서 며칠 째 톱질을 하고 있다.
"폐기 처분 할 거면 뒤꼍에 놓고 가세요."
남편은 리모델링하는 직원에게 데크를 철거한 나무를 얻어다 차곡차곡 쟁여 놓았었다. 수북하게 쌓아놓은 나무에서 일일이 못을 빼냈다. 못을 빼고 멀쩡한 나무 따로, 땔감용 나무 따로 분류하는데만 사나흘이 걸렸다. 그렇게 엄청 지루했을 일을 다 해놓고, 남편은 날마다 뒤꼍으로 출근을 했다.  



어느 날 남편의 작업장에 가 보니, 촤라락~,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더니 드르륵~, 못을 박고 있었다. 벽엔 질서 정연하게 못이 박힌, 마치 중세 시대의 문짝 두 개가 만들어져 있었다. 꼼꼼한 성격대로 네모 반듯하게 만든 작품은 정말로 현관문으로 사용하고 싶을 정도.



"오후엔, 날 좀 도와줘." 해서 나도 남편의 조수를 자처했다.
"세 개의 벽체를 이렇게 세워 땔감 보관용 창고를 만들 거야."라고 설명을 하는데, 오 ~ 그럴듯하다.
우린 땅을 파고, 높이를 맞춰 무거운 벽체 하나하나를 옮겨 작업을 했다. 수년간 호흡을 맞춘 사이다. 손 발이 척척 잘도 맞는다. 벽체가 무거웠지만 작업은 일사천리, 'ㄷ자'의 벽체가 완성되니 제법 창고의 모양새다.



일을 만나면 직진을 하는 남편이다. 아침 먹고 출근, 점심 먹고 출근. 혼자서 뚜닥거리더니 나무 쌓을 공간을 2단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저렇게 신이 나서 일하는 남편에게 제동이 걸렸으니 이를 어쩔고? 집 공사 때문에 당분간 뒤꼍을 사용할 수가 없다니......
어둑어둑 해졌는데도 남편은 작업장 앞에 서 있다.
"윗 칸은 땔감을, 아랫 칸은 잡동사니를 수납할 거야. 이 창고의 백미는 지붕이야. 그래야 비를 안 맞지"라고 말하는 남편은 신 바람이 가득 찬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