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두시럭 뒤스럭

요술공주 셀리 2024. 11. 23. 16:09

"엄마 오시기 전에 얼른 짐싸가지고 오자." 야반도주하는 것도 아닌데 점심 먹자마자 소화도 못시킨째 짐을 싸서 나른다. 부모님이 짐 나르는 걸 보면 더 서운해하시니 오시기 전에 짐을 빼기 위해서다. 걸어서 1분 거리라지만 반찬과 그릇, 옷가지 등을 조금씩 여러 번 나르니 그도 힘들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은 차가운데 등에선 땀이 난다. 야금야금 동생 집으로 날라다 놓은 짐이 한 차로는 부족하다. 한 달 살 의식주를 옮겼으니 그럴만하다.

공사 전에 단속해서 쟁여 놓은 짐 풀어서 정리하랴, 동생 집에서 가져온 짐 정리하랴, 내 집은 여전히 공사판이다. 게다가 새로 장만한 싱크대와 장의 공간이 달라져 모든 걸 다 재배치해야 한다. 어제만 해도 깨끗하던 집은 가구와 그릇, 미쳐 정리 못한 이불과 옷가지로 거실도 방도 난장판이다. 수납하면 쏙 들어갈 물건들이 나와 있으니 덩치가 크고 너저분하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 없다. 집에 오지 않았는가. 이제 시간이 또 해결해 줄 거다.



TV에선 내일부터 추워진다고 겁을 주지만, 그도 무섭지 않다. 차근차근, 야금야금 정리하면 된다. 거실엔 무겁고 덩치 큰 소파가 세팅되었으니 힘들면 탱자탱자 쉬면 되고, 부엌엔 냉장고가 정리됐으니 있는 거 빼먹으면 된다. 이미 김장을 해서 쟁여놨으니 겨울이 와도 걱정이 없다. 난로도 OK,  침대도 OK, 내 집에서 먹고 자는 일이 해결됐으니 뭘 걱정하랴.



그러나, 일 앞에서 직진하는 남편. 인터넷을 연결하고 컴퓨터와 오디오, TV를 세팅한다고 창고를 오가며 이미 바쁘다. 식음을 전폐하고 일하는 남편. 두시럭 뒤스럭, 아마 오늘 밤에도 남편은 거실을 오가며 두시럭, 뒤스럭을 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