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내려와
밤새 내린 눈으로 눈꽃이 피었다. 꽃씨도 뿌리지 않았는데, 꽃봉오리도 없이 하얀 눈꽃이 쨍하고 나타났다.
일찍 일어나, 급하게 외출 준비를 했다. 11시까지 약속장소에 도착하려면 빠듯한 시간. 서둘러 차에 올랐으나 거북이걸음이다. 제설차가 지나가지 않은 도로는 말 그대로 빙판길. 무턱대고 나온 차량 여러 대가 갓길에 서있고 미끄러진 차량과 헛바퀴를 돌리고 있는 차량까지, 반대편 도로는 아비규환이다.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간 오전 중에 청주까지 가기 힘들 것 같다. 우리도 반대편의 차량처럼 도로에서 미끄러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휴~,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고서야 도로는 정상.

그런데, 이 번엔 함박눈이 앞을 가로막는다. 호랑이가 장가를 가는지, 진눈깨비가 왔다가 함박눈으로 변하더니, 해님도 잠깐 나왔다 들어가는 고약한 날씨다. 사납기로 최고인 호랑이가 결혼을 하는 날씨를 왜 이런 날에 비유했을까? 오늘은 호랑이의 합동결혼식이라도 있는 건지, 개이는 듯하던 하늘이 집으로 되돌아오는 길 역시 함박눈이 흩뿌린다. 참말로 고약한 날씨다. 그런데다 '3km 전방 사고 처리 중'이란 전광판까지...... 도로는 그냥 주차장이다. 제발, 큰 사고가 아니길......

난, 하필 이런 날 약속을 잡아 길 위에서 조바심을 하고 있을까? 첫 눈이 이렇게 복스럽게 내렸는데도 하나도 반갑지 않다. 새하얀 아름답고 예쁜 세상이 펼쳐져 있는데도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 운전엔 최악인 함박눈이요, 빙판길일 따름이다.
이제 집까지 남은 시간 30분, 낯익은 길이 나타나면서 눈발도 약해졌다. 길에서 하루를 보낸 날, 가슴 조이며 보낸 시간. 그래도 볼 일을 무사히 마쳤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집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다. 호랑이 합동결혼식이 이제 끝났나 보다. 눈은 그새 멈췄고, 남편은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나도 써레를 들고나갔는데, 무사히 집에 돌아와 줘서 고맙다고 판다가 손을 들어 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