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길
"어머나, 이렇게 눈이 쌓였는데 어떻게 일을 해요?" 3일 만에 나타난 작업반이 너무 반가워 난 소프라노로 인사를 했다.
"눈이 많이 와서 그동안 못 왔어요. 그래도 오늘은 마무리를 해야죠."
직원 한 명이 지붕에 올라가 눈을 치우더니 마무리 작업을 시작한다. 쌓아놓은 기와의 마무리가 우리 집 리모델링의 정점을 찍는다니, 시원섭섭한 마음이다. 40여 일, 부탁도 하고 더러는 잔소리도 하던 직원과 그새 정이 들었나 보다.
우리도 이제 마무리 단계다. 새로 주문한 냉동고 자리를 만드느라 어젠 부엌을 정리했고, 마지막 남은 책 박스만 정리하면 된다. 옷장과 옷장 사이에 선반을 만들어서 책을 수납하면 끝. 우리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휴~ 그 많던 짐들이 다 어디로 들어갔을까? 더러는 구겨서 처박아 두었으니 다시 꺼내어 정리를 하고, 더러는 또 마음이 변해 다시 정리해야 할 거다. 그러나 일단은 이 기나긴 짐 정리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안녕히 가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직원은 "또 볼 일이 없어야 좋은 겁니다." 하자 보수 할 일이 생기면 안 된다면서 정색을 한다. 직원은 공구를 챙겨 트럭을 타고 떠났다. 드르륵~ 기계음과 남자들 소리. 작업하면서 듣는 7080 노랫소리가 뚝 끊긴 집이 오히려 낯설다. 참 내원 언젠 빨리 끝내 달라 재촉하더니, 일 끝나니 적막하단다. "사람 마음이 참 죽 끓듯 변덕이 심해." 혼잣말을 하며 집으로 들어왔다.
사라라락~, 눈이 또 내린다. 조심스럽게 조곤조곤 시작한 눈이 아주 대놓고 몰아친다. 그동안 첫눈이라면 설렜던 눈이었는데, 첫방에 폭탄이 되어 내린 눈. 이틀 만에 '이제 그만'으로 바뀌었다.
첫 집을 지어놓고 첫눈처럼 설레기만 했었다. 새 집이 처음이었으니 여기도 맘에 들고, 저기도 맘에 들었었다. "사장님, 이 집이 마음에 안 들면 그땐 어떡하죠?"
농담으로 했던 말이 씨가 될 줄이야...... "그럼 리모델링하면 되죠." 사장이 그렇게 말한 대로 될 줄 그땐 정말 몰랐었다.
'시작이 반'이 됐고, '끝은 있는 법' 대로 리모델링이 마무리되었다. 구조가 바뀌었으니 마치 새 집에 이사 온 것만 같다. 한 밤중에 거실에 우두커니 불 켜고 괜스레 서성이고, 부엌에 낸 창가에서 눈 오는 앞산을 바라보기 일쑤. 그러나 이 새로움도 곧 익숙해지겠지. 살다 보면 또 불편한 일들이 생겨나겠지. 보이지 않는 저 길이 끝이 없는 길처럼 말이지...... 그러나, 이젠 리모델링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