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달콤하더라
30일 동안 일만 했었다. 짐 싸고, 쟁여놨던 짐 다시 풀고, 박스를 풀 때마다 풀풀 거리던 먼지 구더기에서 해방된 게 엊그제다.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못 박고, 무거운 짐 나르고, 화장대와 부엌의 선반을 다시 만드느라 출장 가는 날 오전까지 일을 했었다. 복닥거리던 모든 가구와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남편도 출장을 간 집은 난로 옆에서도 썰렁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혼자 아침을 먹고 혼자 커피를 마셨는데, 구름 낀 날씨 탓일까? 쓸쓸하고, 적막하다. 그런가 하면 아주 오랜만의 고요함이 달콤하기도 하다. 저녁에만 피우는 난로를 아침부터 피웠다. 난로 옆에서 커피를 들고 불멍을 하는데 낯익은 정지된 시간들이 일제히 달려 나온다. 반갑다, 친구야!

그렇지. 강원도의 겨울은 이 맛이지. 여유와 한가로움을 즐기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오후엔 비 온대요. 산책 갑시다." 이웃의 제의에 우리 일행은 또다시 뭉쳤다. 12월 초의 날씨치곤 꽤 포근한데도 강바람은 제법 차갑다. 구름보다 안개가 더 많은 오늘, 산자락을 휘감은 안개가 더없이 여유롭고 포근하다.



어제 보고 또 본 이웃인데도 도란도란, 두런두런 이야기 꽃은 무궁무진하다. 우리도, 1시간을 만나서 수다를 떤 친구와 헤어지면서 "이따가 따시 전화할게" 한다는 절친과 다를 바 없다. 1 시간을 함께 산책을 하고도 우리 집에 와서 차 한잔을 더 나누었다. 시끌벅적, MBTI 성격 이야기를 하다가 우린 또 대동단결. "내일, 주문진에 가자"에 만장일치! 무계획이 계획이 되어버린 주문진행을 결성했다.
헤어진 지 몇 시간이 됐다고 옥이가 또 찾아왔다. "언니, 이거......" 옥이가 건네준 것은 콩을 갈아 손수 만든 '비지찌개'다. 어젠 만두를 빚었다면서, 오늘은 콩을 갈았다며 건네준 음식이지만, 나는 다 안다. "남편 출장 가서 쓸쓸하겠다"며 따순 사랑, 듬뿍 나누어주었다는 것을...... "우리가 옆에 있다" 는 응원이란 것을......
이심전심. 배추 전을 듬뿍 포장해 준 언니랑, 옥이가 고마워서 난 어떡하면 좋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