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일기(12.5)

요술공주 셀리 2024. 12. 5. 12:33

"엄마, 괜한 짓 하는 거예요." 큰 아들의 간섭에 이어 "엄마, 먹지도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해요." 작은 애까지 폭풍 잔소리다. "니들이 시골살이를 알아?" 남편의 적극적인 응원에 힘입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냉동고가 3년 만에 도착을 했다.
시골 텃밭에서 수확하는 적은 양의 작물이어도, 은근히 잉여작물이 생겨나니 저장이 늘 문제였다. 무청처럼 건조시켜 먹는 것도 있지만 고추와 나물, 콩과 옥수수 같은 작물은 삶아서 냉동고에 보관해야만 한다. 냉동칸이 큰 냉장고를 구입했으나 택도 없이 부족한 것을 구겨 넣고 끼워 넣었었다. 그래서 리모델링하자마자 냉동고부터 주문했다. 일주일 전에 주문한 냉동고가 오늘에서야 도착을 했다. 아담한 size인데도 들속이 있는 게, 쏙 마음에 든다.

"장작이 오면 데크 옆에 쌓으라고 해." 오늘은 덩달아 남편이 더 바쁘다. 냉동고에 이어 장작을 시켰다더니 아침 일찍 트럭이 왔다. 참나무 5루베. 강원도의 겨울을 저 장작으로 이겨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 워낙 추위를 타서 가급적 연료를 아끼지 않으려고 하는데, 어쩐지 무언가에게 미안해지는 생각이 왜 생기는 걸까?



공사 먼지에 찌든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을 때, "산책 가자."는 문자가 왔다. 청소를 중단하고, 어제처럼 언니와 강가를 한 바퀴 돌고 왔다. 한 겨울의 햇볕을 등에 업고 얼굴엔 강바람을 쏘인다. 세상 일처럼 공평하지 않게 등짝은 덥고, 얼굴은 춥다. 양날의 칼. 장작으로 내 등은 따스운데, 자연이 벌거벗으니 저 화목 난로를 계속 지펴야 하나...... 왜 나는 또 쓸데없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