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그렸다 지우고, 떴다 풀고
요술공주 셀리
2024. 12. 12. 16:30
겨울이다. 여름 내 날 괴롭히던 풀이 없으니 할 일도 없다. 그러나 커피 잔만 붙잡고 있기 뭣 해, 안 해도 그만인 일을 시작한다. 며느리 배 부를 때 떠 준 스웨터를 풀었다. 한 올 한 올 시간이 완성한 스웨터는 좌악~ 해체하는데 한참이면 족했다. 실이 생겼으니 또 무언가를 만들어야지. 누구 옷을 만들까 오래 고민했지만 결국 또 내 옷을 짜기로 했다. 새 걸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 무언가 할 일을 만들기 위함이 목표이니, 며느리 옷을 만들기 위해 들인 시간은 까짓 잊기로 한다.


어제부터 1년 동안 묵힌 캔버스를 꺼내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별반 진전은 없어도 남편처럼 나도 직진이다. 밥 생각도 없고 딱히 한 일도 없으니 저절로 '식음을 전폐하고 그린 그림'이 되었다. 선 굵은 시원시원한 붓 터치를 하고 싶으나 깨작깨작 그려진다. 마음에 들었다 놨다 하니, 붓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래도 시간은 참 잘도 흐른다.


그림도 내 맘대로 되지 않으니 어젠 기도를 다했다. 선이든, 색채든, 이미지든 '나만의 것'을 그리게 해 달라고...... 작업이 재미있으면 참 좋겠다고......
그렸다가 지웠다를 반복하고, 풀었다 떴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님이 산을 넘는다. 아, 사치스러운 시간. 이런 시간도 보내는구나.
그런데 해만 지면 좋으련만,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