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글쓰기

행복도 연습이다

요술공주 셀리 2024. 12. 13. 13:17

춥다. 어제보다 춥다는 느낌이 이불속에서도 느껴진다. 이런 날은 늦잠이 답이다. 느리 적 느리 적, 바쁠 이유가 없다. 블라인드를 걷으니, 오늘은 해님도 늑장이다. 해님이 없으니 어제보다 을씨년스럽다. 보일러를 틀고, 난로에 장작을 넣어 불을 지핀다. 적막강산에 소리들이 떼 지어 몰려온다. 쿠르르릉 보일러 소리,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까지. 그런데 오늘은 기계소리도 듣기가 좋다.

어제 그린 그림을 머리맡에 놓고 잤다. 꿈속에서 화가였던 아버님을 만났다.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의욕이 생기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떠오른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완성 단계의 풍경화에 붓질을 한다. 죽일 데는 죽이고, 살릴 곳은 강조하니 얼추 완성이지 싶다. 내가 재미있어야 그림도 재미있고, 내 손이 자신 없으면 그림의 내용도 초라해지니, 거 참 신기하기만 하다. 어딘가 1% 부족해 보이지만 그럭저럭 재미가 있다.  

'토마토 클래식'을 틀어놓았지만, 들리지 않은지 오래다. 그건 그림에 집중했다는 증거. sign을 하려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려한다. 아쉬운 1%를 어떻게든 채우고 싶어서다.
따뜻한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 지루할 때쯤 중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를 하고, 실컷 수다를 떨다가 그도 심드렁해지면 뜨개질을 한다. "오늘 저녁은 뭘 해 먹지?" 하다가 냉장고를 털어 더덕 고추장 무침을 해놓고, 냉동고의 코다리를 꺼내어 해동을 시킨다. 코다리가 녹는 동안,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양념장을 미리 준비하고 있자니 은근히 신이 나는 게 아닌가? 뭘 많이 한 것 같기도 하고, 값진 일을 한 사람처럼 뿌듯하기도 한 건 무엇 때문일까?
불멍을 하고 있을 때, 산책 하자고 이웃이 나를 찾는다. 불러주는 이웃이 있어 좋고, 한 겨울이지만 바람이 없는 날이어서 산책도 좋다. 강가의 풍경은 오늘따라 왜 이리 아름다운지, 오 이건 찍어애해 하면서 사진으로 남긴다. 이 풍경이 어느 날 그림으로 남겨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