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김에 물감놀이
"낮은 천장에 3단이라니 너무 급했던 거 아니야?"
"생각 좀 하고 천천히 사지."
카페 등을 달면서 남편이 볼멘소리를 한다. 이해 가는 대목이어서 할 말이 없다. "흰색도 안 어울리고 이 촌스런 금색이 싸구려 같다."
"이거 중국제 맞지?"
으이그, 원주까지 가서 사 온 건데 저리도 맘에 안 든단 말인가? 할 때, "여긴 천장에 딱 붙는 등이어야 해."
"같이 가서 살 걸 그랬어."
와우, 정말 짜증이 난다. 뭐가 그리 급했냐. 좀 고급진 걸 사지 그랬냐, 조도가 낮다 등 등 남편의 불만이 도를 넘었다. 평소 아내가 하는 일에 대부분 긍정적이던 남편의 반응에 은근 부아가 올라온다.
집 리모델링을 하면서 거실 한 쪽에 차를 마시는 공간을 마련했다. 통창으로 보이는 초록 풍경을 바라보면서 남편과 차를 마시는 공간. 우린 그 공간을 '카페'라 하고, 그림도 걸고 근사한 카페등을 달기로 했던 것.

남편은 출장에서 오자마자 새로 산 등부터 내놓으라더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등을 달았다. 저 잔소리만 아니었어도 수고했다 했을 텐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을 있는 데로 퍼붓는 남편 말에, 난 뿔이 하늘같이 차올랐는데도 참고 또 참았다. 왜냐하면 설치한 등이 나도 마음에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때 엄청 유행했던 외국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전등이었기에 믿고 구매했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어울리지 않으니 말이다.
아내의 오랜 침묵이 마음에 걸렸을까? 남편이 누그러진 어투로 말을 걸어온다.
"먼저 것보단 좋은데, 아무래도 좀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자기가 좋은 아이디어 좀 내봐." 나무든, 철사든 말만 하면 얼마든 만들어준다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쏟아내는데 나는 이미 속이 상한 상태. 남편은 안방에서, 난 거실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늘도 난 그림 삼매경. 꽃 그림을 그렸다. 그러다가 문득 카페등에도 꽃을 그려볼까 하고 사다리에 올라갔다. 봄의 전령, 연노랑 개나리꽃을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꽃을 그렸다. 낮은 천장에 3단인 등이 튀면 곤란하다. 오늘은 봄꽃을 그렸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다시 그리면 된다. 그러니, 오늘은 여기까지.
남편 마음에 차야 할 텐데......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본다.
꽃 그림이 어둠 속에서 더 빛을 발하기를 고대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