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좋은 사람, 눈이 싫은 사람
내일 남편의 출근 길이 걱정이다. 내일 새벽에 눈 올 확률이 70%라는데 7시의 출근 길이 많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지난 폭설에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빙판에서 미끄러져 타이어를 하나 교체했는데 22만 원을 지출했다. 그 뿐이랴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뻔했으니, 눈이 반가울 리 없다.
10시에 올라간다던 조카네는 공주님들 때문에 저러고들 있다. 어린 두 딸이 눈과 한 몸이 되어 '볼 빨간 엘사'가 되어 놀고 있으니 조카는 두 딸의 왕자님이 되어 눈싸움 하는 엘사공주 자매들의 시종을 자처했다. 조카네는 눈을 즐기고 12시가 다 되어 올라갔다고 했다.
더운 지역, 주해에서 온 동생도 은근 눈을 즐기는 눈치다. "어쩌면 저렇게 예쁘게 올까. 눈이 참 오랜만이네." 한다.
"에잇 참, 눈을 쓸고 돌아서니 또 쌓이네. 뭔 눈이 이렇게 많이 온담." 남편의 말에 동생이 머쓱해서 하는 말. "언니, 글쎄 부산에 사는 사람이 눈이 고파서 강원도로 이사를 왔대. 오늘처럼 눈 오는 날 하루 종일 눈을 즐기고, 신나게 눈을 치웠대. 다음 날 또 눈이 와도 허허허 또 오네 하면서 열심히 눈을 치웠는데, 사흘째 발목까지 쑥쑥 빠지는 눈을 보고는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 했다나? 그런데 닷새 째 눈이 오니까, 욕을 퍼부었다고 해." 그럼 그럼, 이해하고도 남을 이야기지.
옥이가 2주 만에 내려왔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올라갔다.
"이렇게 눈이 오는데 어떻게 왔어요?" 하니 "너무 오래 집을 비워서 무리해서 왔어요." 한다. "언니, 추운 날씨에 이거 사용하세요." 하고 건네준 것은 보온용 고무장갑. 나 또한 목도리를 주러 갔으니, 며느리 스웨터를 짜고 남은 실로 만든 목도리를 건넸다. 아이처럼 좋아하는 옥이보다 내가 더 좋았다.
"난로를 때는데도 집이 추워요. 온도 올라갈 때까지 눈사람을 만들려고요." 하더니 금세 카톡이 왔다. "언니가 짜준 리본 목도리 두른 게 저예요." 옥이는 부부 눈사람을 만들어 사진을 찍어 보냈다.
아, 참 이쁜 사람이다. 이쁜 눈사람이다.
아, 저렇게 즐기면 되는 것을...... 나도 내일은 눈사람을 만들어야겠다.
